한류 단어 정기 업데이트… K컬처단어사전 별도 제작도 추진
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 “한류단어 급증…한글, 세계인의 문자체계 될 수도”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에 막내, 동생 같은 한국 단어와 손하트 같은 이모티콘도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한국어 컨설턴트인 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는 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내년 등재를 목표로 한류 단어 추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스퍼드대 동양학 연구소와 하트퍼드 칼리지 소속으로 언어학과 번역학 등을 가르치는 조 교수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한류 단어를 매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기로 했고 별도로 K컬처단어사전 발간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영어 사용자들이 쓰는 한류 단어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다른 언어권에서 왜 한국어만 정기 업데이트하느냐고 이의제기를 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한국 대중문화 관련 단어가 소셜미디어 등에 많이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26개가 새로 올라갔는데 내년에는 최소 30개 이상은 들어갈 것 같다”며 “사용량만 보면 훨씬 더 많이 넣을 수 있지만 영어 사용자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의미를 분석하는 작업에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막내, 동생과 같이 한국 드라마에 많이 등장하는 단어와 손하트 같은 이모티콘은 작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알파벳이 아닌 그림문자도 등재하고 있으며 2015년에 이미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얼굴'(face with tears of joy) 이모티콘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지난해에는 오빠와 언니가 들어갔는데 이런 한국 문화 호칭어가 널리 퍼지다 보면 아예 영어가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령 영어권에선 다들 이름으로 부르기 때문에 오빠를 ‘brother’라고 번역하면 매끄럽지가 않은데 이제는 그냥 ‘Oppa’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지은 교수는 “한류의 중심에 한글과 한국어가 있으며, 한류 팬들이 쓰는 ‘K-단어’는 한국어에서 출발했지만 한국에서 쓰는 의미와는 다른 것으로 재창조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 1976년도 증보판을 펼쳐보는 옥스퍼드대 조지은 교수 [조지은 교수 제공]
그는 또 “세계인들이 한류 단어를 많이 사용하다 보면 한글이 세계인의 문자체계로 쓰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한글은 로마자 알파벳보다 더 많은 소리를 표현할 수 있고 배우기도 쉽다”고 말했다.
그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뜻이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영국에서 한글은 ‘쿨한 언어’로 여겨진다”며 “20년 전에 영국에서 뜻도 모르면서 일본어가 쓰인 옷을 입고 다니면 유행에 앞서가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제는 빅토리아앤앨버트(V&A) 박물관 기념품 가게에서 ‘한류’라고 한글로 적힌 옷을 사간다”고 말했다.
그는 한류의 다음 분야로는 동화책을 꼽았다.
그는 “이미 익숙한 서구 동화책이 아닌 새로운 것을 찾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한국 동화책을 보며 자란 아이들과 동화책을 읽어준 부모들은 한국 문화에 더 깊이 빠져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달샤베트'(영문판 ‘Moon Pops’)의 번역자로서 미국 ‘보스턴글로브 혼북 어워드'(Boston Globe-Horn Book Award)를 공동수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