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신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1492년 10월 12일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것을 기념하는 ‘콜럼버스 데이’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매년 10월 두 번째 월요일인 콜럼버스 데이를 향한 엇갈린 여론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이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콜럼버스 데이를 연방정부의 법정공휴일로 기념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71년부터다.
선조인 콜럼버스를 영웅시하는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의 적극적인 로비가 미국 의회를 움직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미국 원주민들 입장에서 콜럼버스는 유럽의 착취를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원주민 사회를 중심으로 ‘원주민들에게 콜럼버스의 도착은 비극의 시작이었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미국 전체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그러나 2020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백인 중심의 역사관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하면서 미국 각지에서 콜럼버스의 동상을 철거하라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시카고의 경우 2020년 콜럼버스의 조각상 2개를 철거했고, 볼티모어에서는 시위대가 콜럼버스의 조각상을 끌어내린 뒤 바다에 던졌다.
코네티컷주(州)에서는 콜럼버스 석상의 머리 부분이 사라지기도 했다.
악화하는 여론에 일부 지자체는 ‘콜럼버스 데이’라는 명칭 자체를 변경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
오리건주와 보스턴, 필라델피아는 지난해 콜럼버스 데이라는 명칭 대신 ‘원주민의 날’로 기념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뉴저지 등 일부 학군들도 ‘연구의 날’ 등 별도의 명칭 아래 수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계 미국인들도 대응에 나섰다.
이탈리아계 미국인 단체들은 뉴저지와 펜실베이니아 등 각 지역에서 콜럼버스 조각상 철거와 콜럼버스 데이 명칭 변경에 반대하는 소송을 낸 상태다.
뉴욕 시러큐스에서는 법원이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의 손을 들어줬고, 피츠버그 법원은 콜럼버스 조각상 철거를 허가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 단체의 회장인 바실 루소는 “소중한 우리의 역사가 지워지는 것을 앉아서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