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포함 미국 국적자가 2015년 이후 한국 아파트를 5900채 가까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가 내년부터 외국인 주택 거래·보유 현황 공개를 추진하는 가운데 외국인의 한국 내 아파트 매입 통계가 최초로 공개됐다. 2015년 이후 외국인의 전국 아파트 매입 건수는 약 3만 건에 달하며, 이 중 19.6%인 5855건을 미국인이 매입했다. 외국인 중에서는 중국인이 1만8465채(62%)를 사들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서울 아파트는 중국인보다 미국인 매입 비중 높았다.
외국인 아파트 매입은 집값이 고공행진 하던 2020년 정점을 찍은 뒤 외국인 투기 논란이 본격화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 국토부는 외국인 토지 거래 현황은 매월, 보유 현황은 6개월 주기로 공개하지만,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 보유·거래 공식 통계는 생산.공표하지 않았다.
한국 부동산원이 양경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5년 2979건이던 외국인 전국 아파트 매입 건수는 2016년 3004건, 2017년 3188건으로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2018년부터 3697건, 2019년 3930건으로 소폭 증가 추세를 보였다. 그러다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2법 시행까지 겹치며 집값과 전셋값이 크게 뛰기 시작한 지난 2020년에는 외국인 매입 건수가 5640건으로 전년 대비 43.5% 급증했다.
2019년 말부터 정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가 강화되고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주택담보 대출이 금지되는 등 고강도 금융 규제로 내국인의 주택 매입은 어려워진 반면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 외국인들의 아파트 매입은 대폭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는 외국인 투기 논란 속에 4931건으로 전년보다 소폭 줄었고, 올해는 8월까지 매수가 2423건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동기간(1∼8월)에 매입한 3662건보다 33.8% 줄어든 것으로 2년 연속 감소세다.
올해 들어 금리 인상 등으로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한 데다 새 정부의 외국인 부동산 투기 단속 의지에 따라 외국인들도 아파트 매입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는 집값이 크게 뛴 2020년을 제외하고는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여서 눈길을 끈다.
한편, 한국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은 내년부터 외국인 주택 보유·거래 통계를 국가승인통계로 공표할 예정이다.
최근 2년 새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이 내국인과 외국인 부동산 매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거세지며 통계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다.
우훈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