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채팅방은 이제 한인들에게 있어 필수적 존재가 됐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은 바람잘날 곳이 없기도 하다. 특히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 정파를 지지, 반대하는 메시지가 올라오면 이용자들 사이에 험악한 말다툼이 벌어진다. 상당수 이용자들은 “정치 관련 글은 딴데 올려라”고 불만을 표하기도 하고, 어떤 채팅방은 아예 “정치 관련글 절대 금지”를 써붙이기도 한다.
카톡방 정치글이 말다툼으로 번지는 이유는, 소셜네트워크 정치 뉴스의 상당수가 출처 불명의 가짜 뉴스(disinformation)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카톡방에서는 엉터리 뉴스가 방송이나 신문 등 검증받은 언론사의 뉴스보다 빨리 퍼지는 사례가 많다. 기사의 일부만 뚝 떼어 악의적으로 왜곡한 경우도 있고, 아예 방송이나 신문기사 형식을 조악하게 흉내내어 100% 거짓말을 퍼뜨리기도 한다.
정치의 계절이 되면 카톡방 등 소셜 네트워크는 항상 가짜뉴스로 들썩인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한인들의 채팅방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몇달전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무효화 이후 일부 한인교회 카톡방에는 “낙태권 옹호 시위대가 몰려들어 교회와 성당을 공격할 것이니 대응해야 한다”는 가짜뉴스가 퍼졌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런 일은 한번도 없다. 반대파를 공격하려는 정치세력이 퍼뜨린 가짜뉴스가 아닌가 의심되지만 확증은 없다.
선거를 앞둔 가짜뉴스 확산은 라티노, 중국계 등 다른 이민사회도 마찬가지다. 라티노 언론 ‘아메리카스 보이스’ (America’s Voice)의 바네사 카르데나스(Vanessa Cárdenas) 부편집장은 “일부 극우세력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 대선 불복 주장에 맞춰 거대한 거짓말(big lie)을 퍼뜨리고, 비슷한 정치 세력들끼리 밀폐된 방에서 그런 주장을 되풀이하는 상황(echo chamber)”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권자들은 팩트에 근거해 정책과 공약을 판단하고 투표해야 하는데, 가짜뉴스는 특정 대상을 지목하고 미워하는 혐오를 조장하면서 건전한 선거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티노 언론들은 최근 힘을 합쳐 스패니쉬 팩트체크 사이트 Factchequeado(https://factchequeado.com)를 출범했다. 이민언론들이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Google News Initiative)의 지원을 받아, 왓츠앱(WhatsApp) 등 소셜 네트워크에 퍼지는 가짜뉴스를 직접 팩트체크하고 나선 것이다. 이 웹사이트의 편집자인 타모아 칼자딜라(Tamoa Calzadilla)에 따르면 최근 플로리다 스패니쉬 라디오에서는 총기로 무장한 국세청(IRS)이 구입해 세금 미납자의 집을 습격하러 간다는 가짜뉴스가 퍼졌다. 이민당국이 미국을 무너뜨릴 목적으로 “불체 범죄자”( illegals)들에게 국경을 열어주고 있다는 악의적 소문도 퍼지고 있다고 한다.
중국계 미국인 커뮤니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뉴욕 성도일보(星島日報 Sing Tao Daily)의 롱 샤오큉(Rong Xiaoqing) 기자에 따르면 중국계 이민사회에는 중국정부의 사주를 받은 일부 인사가 미국 민주주의에 대해 비난하기도 하고, 반대로 바이든 행정부가 불체자들을 사면시키려 한다는 가짜뉴스가 나돌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 최근 중국계 언론들도 비영리단체 Piyaoba (辟谣吧)를 출범하고 팩트체크에 나서고 있다.
한인사회 카톡 채팅방의 가짜뉴스도 중국계나 스패니시 사회 못지 않다. 이런 가짜뉴스를 방치한다면 한인사회가 손해를 보고 민주주의가 무너질수 있다. 그러나 오랜 전통을 갖고 한인사회에 봉사해온 신문과 방송들이 제공하는 뉴스를 한인들이 제값받고 소비하고 전파한다면 상황은 바뀔수 있다. 한인언론사들이 연합해 구글 등과 손잡고 언론사 연합 팩트 체크 프로젝트 등을 진행한다면 가짜뉴스 퇴치의 길은 열릴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