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산책로로 나선다
어제까지 수북이 쌓인 낙엽들이 온데 간데 없다
바람이 밤새 소제했나 보다
섭섭한 마음으로 걷는데
간혹 길 위에 무늬들이 보인다
나뭇잎들은 사라졌지만
그들의 자취는 남아있다
그 형상대로, 그 소원대로
그런데 그것도 밟혀 결국 없어질 것을 생각하니
다시금 슬퍼진다
어차피 인생은 사라지는 것인데
자국을 남긴들 누가 기억하랴?
호랑이의 가죽이 아닐 바에야
그리고 기억될만한 삶을 살지 못한 바에야.
그러나 길 위의 자국은 지워지지만
돌 사이에 들어간 나뭇잎은
화석이 되어 영원히 기억이 된다던데
나의 이름도 시대의 암석에 새겨진다면
먼 훗날 후손들이 화석처럼 꺼내보리라
먼 훗날 그 시대의 기념물로 영원히 보존되리라
그는 당대의 양심의 보루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