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4명 등 모두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17일 밤 공영방송 PBS를 통해 공개됐다.
‘아시안 혐오에 맞서다: 3월의 어느 날’이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한국계 프로듀서 지나 김 씨가 제작하고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에미상 수상 경력을 가진 티티 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 영화는 PBS 유튜브 채널과 아마존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에도 동시에 공개됐다.
영화는 총격사건 피해자인 유영애 씨의 아들 로버트 패터슨 씨를 비롯해 유족 대리인인 비제이 박(한국명 박병진) 변호사, 샘박 조지아주 하원의원, 폭스5 TV 재니스 유 기자 등 다양한 한인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패터슨 씨는 “미국인과 결혼한 어머니는 하루 12시간씩 일하면서 저희를 기르셨고,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에 대해 동감하며 혐오범죄에 대해 걱정하셨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극의 순간은 인연을 만드는 순간이기도 했다”며 “저를 위로하는 미국 전역의 한인들을 보며 저 자신이 한인으로 받아들여졌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연방 검사장을 역임한 박병진 변호사는 현행 증오범죄 처벌법의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혐오범죄로 기소하려면 인종적 동기로 범행이 저질러졌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필요하다”며 “유대인, 흑인 혐오의 상징과 구호는 널리 알려졌지만, 아시안에 대한 혐오는 이렇다 할 상징이 없어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영화는 또 애틀랜타 아시안 혐오범죄 한인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백규)와 한인들의 활동을 다뤘다.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에서 열린 총격사건 1주년 추모식도 조명했다.
미셸 강 대책위 사무총장은 “총격사건 당일 주변 사람에게 전화를 돌렸고, 다음날 한인들이 모여 대책위를 결성했다”며 “이 사건은 아시안 혐오범죄임이 분명하고 우리들이 뭉쳐서 자신을 보호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인 사라 박 씨는 “이 사건에 대한 감정을 아직 추스르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모두가 같이 일하면서 나약해질 새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샌드라 오는 내레이션을 통해 “총격 1주년을 맞아 아시안들은 더는 침묵하지 않으며 폭력에 맞서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마무리를 지었다.
연합뉴스.
사진 / 다큐멘터리 영화 ‘아시안 혐오에 맞서다: 3월의 어느 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