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해온 유명 칼럼니스트 E. 진 캐럴(78)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재판 개시 3년 만에 진술했다고 로이터·AFP·UPI 통신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이 19일 보도했다.
캐럴을 변호하는 법률회사 카플란 헤커 & 핑크는 이날 성명에서 이 사실을 공개하고 “의뢰인 캐럴을 대신해 오늘 도널드 트럼프의 진술을 받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트럼프 측 알리나 하바 변호사도 진술 사실을 확인하고 “우리 의뢰인이 오늘 재판 기록을 바로잡게 된 것에 대해 기뻐하고 있다”며 “이 재판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음모일 뿐”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진술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UPI 통신은 트럼프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저택에서 진술했다고 소개하고,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선서 후 어떤 내용을 언급했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폭행 고발자 E. 진 캐럴이 2020년 10월 21일 뉴욕 맨해튼 자치구의 연방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로이터 사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송이 제기된 이후 지금까지 3년간 필사적으로 진술을 피해 왔다. 하지만 지난주 뉴욕 연방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기한 진술 연기 요청을 거부함에 따라 이날 진술이 이뤄졌다.
양측 간 법정 싸움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19년 캐럴이 자신의 저서에서 “1995년 또는 199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 탈의실에서 나를 성폭행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녀는 내 타입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공소시효 만료로 성폭행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던 캐럴은 그해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 부인이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트럼프 측은 재임 기간에 한 발언에 대한 면책권을 주장하거나 재판 진술이 전직 대통령에게 ‘과도한 부담’이 된다며 진술 연기를 거듭 요청하는 등 시간을 끌어왔다.
양측 간 법정 다툼은 11월 하순 캐럴 측의 트럼프 전 대통령 추가 고소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캐럴은 11월 24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폭행과 정서적 학대 혐의로 추가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욕주 연방법원 판사는 지난주 성폭력 피해자에게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1년간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하는 뉴욕주 법률이 11월 24일부터 발효된다며, 캐럴도 트럼프를 상대로 성폭행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