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최소한 부분적으로 신체적 감각에 기반 둔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면 행복해진다’는 말은 사실일까? 일부러 웃는 표정을 지으면 진짜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이 대규모 국제 공동실험에서 확인됐다.
스탠퍼드대 니컬러스 콜스 박사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Many Smiles Collaboration)은 21일 과학저널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서 “웃는 표정을 짓는 것이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는 강력한 증거를 실험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미소를 짓는 것이 주는 행복감이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강한 것은 아니지만 이 결과는 감정이 무엇이고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에 대해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콜스 박사는 “감정을 너무 자주 느끼다 보니 감정 느끼는 능력이 얼마나 굉장한 것인지 잊고 산다. 감정이 없으면 고통과 기쁨, 괴로움과 행복, 비극과 영광도 없다”며 이 연구는 감정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근본적 정보를 준다고 말했다.
표정이 그 사람의 감정 경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안면 피드백 가설'(facial feedback hypothesis)은 심리학 연구에서 오랜 논쟁거리 중 하나였다.
입에 펜을 물고 웃는 표정을 지으면서 게리 라슨의 만화책 ‘파 사이드'(The Far Side)를 읽으면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는 ‘안면 피드백 가설’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2016년 17개의 연구팀 실험에서 같은 결과가 재현되지 않았다.
콜스 박사는 이 연구에 앞서 2019년 관련 연구 메타분석을 통해 안면 피드백 가설을 뒷받침하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 가설의 지지자와 반대자, 중립적인 입장 연구자가 모두 인정할 수 있는 방식의 실험을 계획했다.
이를 통해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 19개국 3천878명이 웃음 근육을 활성화하는 3가지 방식으로 웃음이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대규모 국제 공동실험을 만들었다.
참가자를 세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은 펜을 입에 무는 방식으로, 한 그룹은 웃는 배우 사진을 보고 따라 하는 방법으로, 한 그룹은 입꼬리를 귀 쪽으로 당기고 얼굴 근육으로 뺨을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웃는 표정을 짓게 했다.
실험 목적을 숨기기 위해 각 그룹의 절반에겐 강아지, 고양이, 불꽃놀이 등 유쾌한 사진을 보며 육체적 임무 또는 수학 문제 풀기 임무를 하게 했고 절반은 빈 화면을 보며 같은 임무를 수행하게 다음 각자 느끼는 행복감 수준을 평가하게 했다.
실험 결과 웃는 사진을 흉내 낸 참가자들과 얼굴 근육을 이용해 웃는 표정을 지은 참가자들의 행복감이 뚜렷하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펜을 입에 문 참가자들은 행복감이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펜을 입에 물 때 치아로 펜을 악물면서 실제 웃을 때 사용하지 않는 근육들이 사용되는데 이것이 교란 요인이 된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다른 두 그룹의 실험 결과는 웃는 표정이 행복감을 높여준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며 이는 인간의 감정이 근육 운동이나 다른 신체적 감각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돼 있다는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콜 박사는 “웃음 한 조각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고 찡그린 표정이 사람들을 화나게 할 수도 있다”며 “감정이라는 의식 경험은 최소한 부분적으로 신체적 감각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