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와 가요 반에 한번 가 보실래요? 어려서 많이 부르던 노래를 지금 부르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아는 분이 권했다. 교회에서 하는 시니어 프로그램 중에 ‘동요와 가요 반’이 있는 줄도 몰랐다가 그분을 따라갔다. 중 장년의 남자 몇 분들과 여자들이 테이블을 둘러 앉고 노년의 남자가 피아노를 쳤다. 그의 부인이 앞에 서서 지휘자처럼 노래를 리드했다. 가사가 적힌 노트를 보며 참가한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신청 곡도 같이 불렀다.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뻐꾹 뻐꾹 뻐꾹새/숲에서 울 제/우리 오빠 말 타고/서울 가시면/비단구두 사가지고/오신다더니” 피아노를 치는 분은 악보 없이, 건반도 안 보고 노래하는 사람들을 보며 능숙하게 피아노를 치며 신명나는 분위기를 조절했다. 나도 흥이 나서 합창에 참가했다. 내 기억 깊은 곳에 수 십년 숨었던 뜸부기 소리와 뻐꾸기 소리, 미국에 오래 살며 들어보지 못하던 새소리 듣던 옛날과 시골 장소가 기억 속에 살아나오고, 내 영혼이 옛날 그때 그곳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기럭 기럭 기러기/북에서 오고/귀뚤 귀뚤 귀뚜라미/슬피 울건만/서울 가신 오빠는/소식도 없고/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한사람 건너 내 옆에서 한 부인이 훌쩍이며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았다. 옆에 앉은 부인이 종이 수건을 건네자, 그 부인이 종이 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아, 철 따라 창공을 날아가는 기러기, 철 따라 들리던 뜸부기 소리, 뻐꾹새 소리, 서울 가고 소식 끊긴 오빠,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고향의 가을, 저분도 한국적인 가을과 그리움, 고향에 남은 옛 사연들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닐까?
동요와 가요 반을 리드하는 부부가 중간 휴식 시간에 요구르트를 돌려 목을 추길 때, 오빠생각 동요 부르며 눈물 흘리시던 분에게 살짝 물어보았다. “그 노래 부르시며 무슨 사연이 생각나셨어요?” “아, 오빠 생각 요. 오빠가 고등 학생 때…” “..?” “죽었어요.”
노래를 리드하는 여자분이 자기의 남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전에 저분이 대학에 있을 때 미국에 음악치료 연수를 받으려 온 적이 있어요. 그때, 한 한인 교회 셀모임에 참석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였어요. 찬송가도 같이 불렀고, 동요도 불렀는데, 모두 좋아하셔서 신청 곡을 받아 많이 불렀 어요. 음악 치료라는 게 따로 없어요.” 피아노 치시는 분은 어려 서부터 교회에 있던 피아노를 쳤고, 대학에서 작곡을 가르치다 은퇴했다고 한다.
부인 자신은 농아 학교에서 말을 못 듣고 못하는 학생들을 수화로 통화하며 41년 가르쳤다고 했다. 농아들은 손짓만 해서는 음을 알아듣지 못해도 책상을 탕탕 친다든가 북이나 타악기를 치면 그 진동을 민감하게 느끼고, 타악기를 치고 몸을 움직이며 노래하길 좋아했다고 한다. 아주 열심히 농아 합창단 연습을 하여 국내에서 공연을 했고, 미국까지 와서 성공적으로 공연을 했다고 한다.
농아 합창단원들은 노래를 통하여 불편했던 그들의 소통의 문제를 해소하고, 함께하는 공동 작업을 통해 사회성을 높여 장애인들이 가진 스트레스를 줄이고 소속감을 얻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아빠가 매어 놓은 새끼줄 따라/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그 동요를 부를 때 목이 잠기고 울컥하는 감정에 눈물이 났다. 어, 눈물을 보이다니!? 그 노래에 공명한 내 안의 잊힌 사연들을 생각하다 오랜 만에 아버지와의 일화가 생각났다.
“Love me tender/Love me sweet/Never let me go./You have made my life complete,/And I love you so.” 엘비스의 노래를 모처럼 부르니 잊었던 옛 일들이 생각났다. 1960년대 말, 유학을 준비하며 영어를 배우려고 엘비스 프래스리의 음반과 음반 플레어를 사서 노래를 따라 부르며 가사를 열심히 외우던 생각이 났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부르면 마음과 몸에 안정을 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알려졌다. 가라오케라는 간편한 기기가 8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지자 급속히 동남아 그리고 세계로 확산되어 집이나 노래방에서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는데 공헌했다.
음악 치유는 농아 합창단원들처럼 특수한 조건을 가진 분들을 극적으로 치유하기도 하지만, 보통 사람들도 자기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듣거나 부르면 행복 호르몬인 엔도르핀이 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솔 분비를 조절하여, 기분이 좋아지고 감정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입술에 노래를 달고 사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옛날부터 전해온다. 그렇다면 항복하기위해 입술에 노래를 달고 살려 노력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