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31일 연방대법원은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UNC)을 상대로 한 변론을 청취한다. 한 시민단체가 “하버드대의 입시 방침이 아시아계 미국인을 차별하고 있다”고 두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 소송이다.
소수계 우대정책, 적극적 우대조치로 불리는 어퍼머티브 액션은 대학입시에 있어 지원자의 인종 및 민족을 일부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1960년대 흑인 민권운동의 결과로 탄생한 어퍼머티브 액션은 역사적으로 차별받아온 인종, 성별, 장애인에게 더 많은 기회를 보장해 결과적인 평등을 보장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보수주의자 등은 어퍼머티브 액션이 ‘역차별’ ‘이중잣대’라며 반대하고 있다. 자신들은 열심히 노력해서 높은 시험 점수를 받았는데, 대학이 암묵적으로 흑인과 라티노에게 가산점을 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백인과 아시안 학생들이 피부색 때문에 대입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시민단체 공정한 대학입시를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 SFFA)도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단체의 설립자 에드워드 블럼(Edward Blum)은 블럼은 지금까지 4건의 소송을 걸었으나 모두 패소했다.
연방대법원은 50여년간 ‘어퍼머티브 액션’이 합헌이라고 일관되게 판결해왔다. 그러나 보수파 대법관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 현재 연방대법원이 낙태권(Roe v. Wade)에 이어 어퍼머티브 액션까지 폐지할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블럼은 이번에는 특이하게도 익명의 중국계 학생을 원고로 내세워 하버드와 UNC를 고소했다. 이 학생은 자신이 최고 수준의 GPA와 SAT만점을 받았지만 불공평하게 하버드에 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불공평’ 주장은 교육열높은 한인 등 일부 아시아계 학생, 학부모를 자극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응협회(Asian Americans Advancing Justice-AAJC) 회장이자 CEO인 존 C 양(John C Yang)은 “어퍼머티브 액션이 아시안 학생을 차별한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예를 들어 아시아계는 미국 전체 인구의 7% 정도지만, 하버드대 신입생의 28%가 바로 아시아계 학생”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하버드대가 어퍼머티브 액션을 중단할 경우, 흑인 학생 숫자는 14%에서 6%로, 라티노 학생은 14%에서 9%로 떨어질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그 결과 백인학생들이 명문대 입학생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흑인과 라티노 학생들의 교육기회는 줄어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중국계 학생은 이름을 밝히지 않았고, 법정에 나오지도 않았다. 반면 하버드대 아시안 학생 25명은 ‘어퍼머티브 액션’을 지지한다고 선언하고 법정에도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중국계 하버드대 학생 샐리 첸(Sally Chen)은 “요리사 아버지와 베이커리 직원을 하던 가난한 이민자 가족의 딸로 태어났지만, 하버드 입학원서에 내 가정환경사에 대해 당당히 밝혔다”며 “내가 겪은 환경이 바로 내 자신이고 내가 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흑인과 라티노 등 소수민족 학생은 백인학생에 비해 대체적으로 가난하며, 그 때문에 대학입시에 돋보일만한 경력을 쌓기 쉽지 않다. 그는 “다양한 배경을 가질 수록 더욱 깊이있는 교육이 가능하다”며 어퍼머티브 액션 지지 이유를 밝혔다.
필자가 다녔던 로스쿨 학생 분포도 백인학생 75%, 흑인학생 15%,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은 5%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백인, 흑인, 아시안 등 다양한 인종이 함께 어울려 공부하면서 타민족 학생들의 문화와 배경 등을 배웠던 기억이 난다. 만약 시험성적과 외부활동, 경력으로만 따진다면 아마 학생의 90%가 백인이 차지했을 것이다.
대학교육에 있어 공정성만큼 중요한 것이 학생의 다양성이다. 한국 대학입시에서 ‘지역할당제’ ‘농어촌 특별전형’이 실시되는 것도, 명문대가 강남 부유층 학생으로만 채워지는 것에 대한 반성이다. 다양한 교육을 위해서라도 어퍼머티브 액션은 유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