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열린中관영매체 “후진타오 건강 안좋아 폐막식 퇴장”…트위터서 해명
중국공산당(중공) 제20차 당 대회 폐막식에서 후진타오(胡錦濤·80) 전임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행사 도중 진행 요원의 부축을 받으며 퇴장했다.
이날 인사와 당헌법(黨章) 개정을 통해 1인 독주 체제를 확립한 시진핑(習近平·69) 중공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당 원로의 간섭을 막기 위한 ‘경고’ 차원에서 후진타오를 강제로 퇴장시킨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관영 신화사가 영문 트위터를 통해 “후의 건강이 원인”이라는 해명을 내놔 주목된다.
후진타오 전 주석의 퇴장은 이날 오전 11시 10분(현지시간) 경 20기 중앙위원 선출을 마친 뒤 내외신 기자의 폐막식장 입장이 허용된 직후 벌어졌다. 후진타오는 옆자리의 시진핑과 상무위원 리잔수(栗戰書), 왕후닝(王滬寧)과 몇 마디 나눈 뒤 진행 요원의 부축을 받고 자리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후진타오가 시진핑과 리커창(李克强·67) 총리를 팔로 건드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날 폐막식 전반부 중앙위원회 선출은 관례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2층에 한 시간 반 정도 대기하던 기자들이 만인대회당에 입장했을 때 폐막식은 잠시 중단된 상태였다. 이때 리잔수가 후진타오 쪽으로 머리를 기울여 이야기하고 후의 손을 잡기도 했다. 이후 한 명의 진행 요원이 다가와 시진핑의 한두 마디 지시를 받은 뒤 자리를 떴다.
시진핑·리잔수·왕후닝이 후진타오 주위에서 내용을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나눈 뒤 1분쯤 뒤 젊은 요원이 들어와 허리를 굽혀 시진핑의 이야기를 들은 뒤 후진타오 뒤로 와 안경을 수습했다. 리잔수는 후진타오의 문건을 정리했고, 이때 후진타오는 일어서지 않고 시진핑에게 말을 건넸다.
이 과정에서 후진타오는 시진핑과 문건이 서로 바뀐 것으로 오인한 듯이 보였다고 홍콩 명보는 보도했다. 행사 요원은 한 손으로 후진타오의 안경과 문건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그를 부축하고 주석단 왼쪽으로 퇴장했다.
이 과정에서 20차 당 대회 대의원인 당 중앙판공청의 쿵사오쉰(孔紹遜) 부주임도 후의 퇴장을 도왔다. 후진타오는 주석단을 떠나는 과정에서 고개를 돌려 시진핑의 등을 치며 말을 건네고, 리커창의 왼쪽 어깨를 살짝 잡은 뒤 현장을 떠났다.
해당 진행요원은 다시 돌아와 시진핑의 지시를 받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후 행사 도우미가 차를 따를 때 후진타오의 찻잔에도 뜨거운 물을 따랐다. 그가 다시 자리로 돌아올지 여부를 모르는 듯한 행동이었다.
이후 중국의 공식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자정 무렵 관영 통신사인 신화망 기자 영문 트위터에 “후진타오는 최근 요양 중에도 폐막식 참석을 고집했지만, 행사 중 몸 상태가 나빠져 건강을 위해 회의장 옆 휴게실에서 쉬었고,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내 각종 소셜미디어(SNS), 언론 매체에서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전당대회에서 퇴장하는 모습이 담긴 게시물이 완전히 삭제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23일 오후부터 중국판 트위터 격인 웨이보(微博)에서는 후 전 주석의 이름이 포함된 게시물이나 댓글이 전혀 검색되지 않기 시작했다.
로이터 통신은 웨이보 사용자들이 이같은 검열을 피하려고 후 전 주석을 다룬 옛날 게시물의 댓글에서 관련 사안을 논했으나 지금은 이마저 막혔다고 상황을 전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당대회 폐회식을 다룬 영상물에서 후 전 수석이 퇴장하는 모습은 아예 포함하지 않았다.
중국중앙TV(CCTV)는 저녁 보도에서 전 주석이 퇴장하기 전 정상적으로 당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모습만 내보냈다.
2013년 은퇴한 후 전 주석은 지난 16일 당 대회 개막식에 참석했을 때도 수행원의 부축을 받으며 입장했다. 당시 그가 자리에 앉을 때 시 주석이 그의 팔을 부축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연합뉴스. 사진 / 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