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미국인 10명 가운데 1명은 치매를 앓고 있으며 2명은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컬럼비아대 어빙메디컬센터 제니퍼 맨리 교수팀은 25일 미국의학협회 학술지 ‘JAMA 신경학'(JAMA Neurology)에서 2016~2017년 ‘건강 및 은퇴 연구'(HRS)에 참여한 노령층 3천500명을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HRS는 미시간대가 국립노화연구소(NIA)와 사회보장국의 지원을 받아 2만여 명으로 구성된 인구분포 대표 샘플을 조사하는 종단 연구다. 분석 대상 3천500명은 2016~2017년 치매·경도인지장애 진단 알고리듬 개발을 위한 종합적 신경심리 검사와 심층 인터뷰를 한 노령층이다.
치매는 성인기에 시작된 인지장애가 일상적인 활동을 독립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해진 경우를 말하며, 경도인지장애는 정상적인 노화에서 치매로 전환되는 단계를 의미한다. 단, 경도인지장애가 모두 치매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65세 이상 연구 참가자의 10% 정도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다른 22%는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65~69세에서는 치매 유병률이 3%에 불과했으나 90세 이상에서는 35%로 높아지는 등 나이가 많을수록 치매 유병률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맨리 교수는 “인간 수명이 늘어나고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치매와 경도인지장애는 향후 수십 년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개인과 가족, 치매 환자에 대한 돌봄 서비스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치매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가족 간 무급 간호를 포함해 연간 2천570억 달러에 달하고 세계적으로 8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연구팀이 이전의 대규모 치매 연구와 달리 나이와 인종, 성별, 교육 수준 등에 따라 치매와 경도인지장애 발병 위험을 비교 분석한 결과 사회적·구조적 불평등이 인지 장애 격차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는 흑인이나 아프리카계 미국인 중 나이가 많을수록 발병 위험이 컸고, 경도인지장애는 히스패닉계 중 나이가 많을수록 발병 위험이 높았다. 또 흑인과 히스패닉계는 모두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경도인지장애 위험도 커졌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백인 대학 졸업자 중심의 과거 치매 연구들과 달리 인구분포를 대표하는 표본을 대상으로 하며, 인종·소득·교육 등 차이로 인해 인지장애 위험이 클 것으로 추정되나 과거 연구에서 배제돼온 계층을 포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맨리 교수는 “노년기 뇌 건강의 형평성을 높이는 데 관심이 있다면 우리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 재원을 어디에 투입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며 “이 연구는 치매와 경도인지장애의 원인과 비용, 영향 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