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찾아 오셨지만
그냥 스쳐가는 남이었는데
혹은 매력 있는 남의 여인이었는데
올해 당신과 인사를 나눕니다.
당신의 검붉은 단풍입술이 내 고독한 마음을 스치었고
은행나뭇잎 노란 원피스의 자락이
가을향기와 함께 내 얼굴을 감싸 안았어요.
당신은 가을저녁 호올로 목욕하는 밧세바처럼
내 쓸쓸한 인생의 방황하던 말초신경을 충분히 자극하였어요.
왕의 권력도 없는 난
당신을 오늘 밤 어찌 유혹하리이까.
당신이 벗어놓는 낙엽옷자락
지그시 밟으며
짝사랑하는 소년처럼
당신의 흘린 웃음조각들 주어 모읍니다.
아아 올가을은 내 마음 온통 단풍색깔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