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드디어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건설의 ‘첫 삽’ 떴다.
전기자동차 선도국인 미국에 생산기지를 건설함으로써 차세대 자동차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지난 2005년 앨라배마 공장(HMMA)을 준공해 ‘Made in USA’시대를 개막한 이래, 2010년 조지아 기아공장(Kia Georgia)에 이어 제3막 공연 준비에 나선 것이다.
HMGMA건설은 미국의 정·재계에서도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25일 조지아 사바나 인근인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기공식에는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를 비롯한 관련 주요 워싱턴 정계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자신의 경제 정책이 성과를 내고 있다”며 자축했다. 그는 이날 기공식 직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긍극적으로 미국 경제에 도움일 될 것”으로 평가했다.
그만큼 기대가 큰 것이다. 실제 8 ,100명의 인력 고용 효과는 물론,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을 확실히 따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세계 1위의 전기차 생산국은 중국이다.
HMGMA가 오는 2025년 상반기부터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게 되면, 미국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데 크게 일조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현대·기아 잎장에서도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신의 한 수이다.
이 회사는 오는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323만대를 판매, 점유율 12% 달성을 목표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미국에서만 84만대를 판매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사바나 공장에서는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 제네시스 등 3개 브랜드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와 함께 이번 공장 건설로 미국 내 부품 조달이나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도 기대할 수 있다.
사바나 공장은 Kia Georgia와는 약 420㎞, 앨라배마 공장과도 약 510㎞ 거리에 있다. 각각 차로 4시간, 5시간 거리다.
이런 가운데 이번 공장 건설은 지난 8월 발효된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당초 계획보다 몇 달 앞당겨 이루어졌다.
아닌 게 아니라 서울과 워싱턴 정부는 최근 IRA 대상에 한국산 제품을 포함시키는 문제를 두고 줄달리기가 한창이다.
이날 기공식에서도 한국정부는 미국측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조태용 주미대사는 기공식 축사에서 미연방정부의 IRA로 인해 한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받을 타격을 언급하며, 관련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국정부도 쉽게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와 관련, “한국과 유럽의 우려는 인지하고 있고, 분명히 고려하겠다”면서도, “법이란 쓰인 대로 법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현대·기아차는 미국시장에서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달에도 상승세를 지속했다. 현대차의 경우 전년대비 11%나 증가했고, 기아차도 6.4%가 늘었다.
미래 자동차 시장인 하이브리드 친환경차 시장에서도 성과를 이어간 것은 물론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연방정부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내년부터 지급할 경우, 친환경차의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한·미 두나라간 현안 마찰도 결국 이것 때문이다.
하지만 그 영향은 시차를 두고 미칠 것이다. 게다가 전기차의 판매 비율은 아직까지 전체 판매 비중에서 크지 않다. 캐시카우(Cash cow)는 여전히 기존의 주력차종이다.
앞으로 2년 반 동안 판매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현대·기아차 경영진의 냉철한 형세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