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정책 논란 예상…EU “새는 우리 규칙에 따라 난다” 경고
세계 최고 부자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라는 소셜미디어(SNS) 권력까지 손에 넣으면서 앞으로 그가 보여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머스크는 28일 트위터 인수를 완료한 뒤 자신의 계정에 “새는 풀려났다(bird is freed), 즐겁게 지내자”라고 썼다.
새는 트위터를 상징하는 로고로, 자신이 오너가 되면서 이 회사의 발전을 가로막던 것들이 없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표현의 자유 절대주의자를 자처한 머스크에 인수되면서 트위터가 불확실한 길을 걷게 됐다”고 지적했다.
◇트위터, 비상장 회사로 전환…머스크, 임시 CEO 맡을 듯
머스크는 기존에 예고했던 대로 트위터를 인수하자마자 비상장 회사로 전환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트위터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폐지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트위터 주식 거래는 중단됐고 11월 8일 상장폐지가 완료될 전망이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비상장회사로 바뀌면 트위터는 분기 실적을 공개할 필요가 없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제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트위터 인수 이후 일론 머스크가 올린 트윗. 로이터 연합뉴스.
소유주인 머스크가 트위터를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손쉽게 개조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셈이다.
실제로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자마자 파라그 아그라왈 CEO, 네드 시걸 최고재무책임자(CFO), 비자야 가데 최고법률책임자(CLO)를 해고하며 ‘마이웨이 경영’을 예고했다.
세 사람은 머스크가 트위터 가짜 계정을 문제 삼으며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했을 때 머스크를 강도 높게 비판했던 인물들이다.
머스크는 자신과 척졌던 기존 경영진을 축출한 뒤 측근 인사를 트위터에 앉힐 때까지 임시 CEO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은 추정했다.
◇콘텐츠 규제 완화가 최대 쟁점…EU, 머스크에 벌써 경고장
머스크가 온라인 권력을 거머쥐면서 트위터의 콘텐츠 정책은 벌써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머스크는 과거 트위터의 콘텐츠 통제를 비판하면서 계정 영구 금지, 트윗 삭제 등의 조치에 신중해야 하고 계정 일시 중단이 낫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작년 1월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폭력 선동 사유로 트위터에서 퇴출당했으나 머스크는 지난 5월 트위터를 인수하면 트럼프 계정을 원상 복구하겠다고 선언했었다.
이러한 과거 발언 때문에 시장에선 머스크가 트위터의 콘텐츠 통제를 완화하고 그 부작용으로 정치적 극단주의와 혐오 및 폭력성 발언 등이 트위터에서 횡행하게 될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유럽연합(EU) 규제 당국은 머스크에 벌써 경고장을 보냈다.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은 “유럽에선 새가 우리의 규칙에 따라 난다”면서 불법 콘텐츠에 벌금을 부과하는 디지털 서비스법을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의 전자정보기술부 장관도 성명을 내고 “플랫폼 소유자가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우리의 규칙과 법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말했다.
다만, 머스크는 콘텐츠 정책 변화가 트위터의 광고 영업 기반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전날 광고주들에게 구애의 메시지를 발신했다.
그는 공개서한에서 “트위터가 결론 없이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지옥 풍경이 될 수 없다”며 법을 지키는 최고의 광고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광고주들에게 제안했다.
◇트위터 기반 슈퍼 앱 ‘엑스’ 구상…애플·구글 견제 예상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최근 그가 밝힌 슈퍼 애플리케이션 개발 계획도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4일 머스크는 트위터를 기반으로 ‘엑스'(X)라는 명칭의 새로운 슈퍼 앱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 구매는 모든 것의 앱인 ‘X’를 만들어내는 촉진제”라면서 트위터 인수를 완료한 뒤 엑스 개발 속도가 3∼5년 정도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과거 메시징, 결제, 온라인 쇼핑, 원격 차량 호출 등 광범위한 기능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슈퍼 앱이 필요하고, 트위터가 중국의 위챗이나 틱톡처럼 많은 사용자를 거느린 소셜미디어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슈퍼 앱 구상이 애플과 알파벳 등 실리콘밸리 테크기업들의 강력한 견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마케팅학과 교수는 “미국에는 규제 장벽이 높고 앱 선택권도 많기 때문에 슈퍼 앱이 없다”면서 앱스토어를 가진 애플과 구글이 자신을 슈퍼 앱으로 보기 때문에 다른 슈퍼 앱 개발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