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20대 “목숨 구해준 은인에 감사 전하고 싶어”
알려진 것과 달리 사고 주변 식당들도 구조 동참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당일 해밀톤호텔 옆 좁은 골목에서 압사 위기를 맞은 수십명을 살리고 홀연히 사라진 의인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충청북도 청주시에 사는 20대 A씨는 지난 29일 오후 6시쯤 친구들 5명과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아 돌아다니다 참사가 발생하던 시각 해밀톤호텔 옆 계단으로 진입했다.
그는 그러나 잠시 뒤 위쪽에서 내려오는 인파와 아래서 밀고 올라오는 사람들 사이에 끼여 오도 가도 못하다 왼쪽으로 넘어지며 4명의 다른 남성들에게 깔렸다고 한다.
그가 15분 가량 깔려 꼼짝도 못 하고 “이대로 죽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빠져나가는 걸 포기할 즈음 건장한 체격의 흑인 남성이 자신의 팔과 겨드랑이를 잡더니 밭에서 무를 뽑듯이 인파 속에서 그를 구조했다는 것이다.
키 182cm, 몸무게 96kg인 그를 들어 올린 흑인 남성은 A씨를 골목 옆 일본 술집으로 데려다 놓고 다른 동료 외국인 2명과 함께 계속 압사 위기의 사람들을 구출했다고 한다. A씨의 친구들은 다행히 사고 당시 다른 길로 우회해 화를 면했다.
A씨는 “이들 외국인 3명은 술집이나 클럽 직원이 아닌 듯했는데 무려 30명 가량을 구조했으며, 119 구급대원들이 출동한 후 조용히 사라졌다”면서 “목숨의 은인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그날 인파에 깔려 왼쪽 무릎과 발목에 전치 3주의 부상을 한 그는 “이들 외국인을 찾기 위해 사고 이후 유튜브와 각종 소셜미디어(SNS)를 다 뒤졌지만 허사였다. 그들을 만나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리고 A씨가 전한 사고 당시 상황은 알려진 것과 많이 다른 부분이 있었고 더 참담했다.
인파에 깔린 충격으로 잠시 기억을 잃어버리기도 했던 A씨는 정신을 차리고 인명 구조에 동참했는데 술집에서 문을 열고 다친 사람들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물을 주며 구조에 동참했다고 한다.
근처 한 클럽에서는 산소통을 가져다 쓰러진 사람들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인파는 파도치듯이 앞뒤로 출렁이다 대규모 압사 사고로 이어졌으며 키가 작은 어떤 사람은 넘어지지도 않은 채 사람들 사이에 끼여 질식 상태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고 A씨는 전했다. A씨와 그를 구조한 외국인들이 압사 직전 대피시킨 일부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한다.
A씨는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거나 내가 말하는 외국인을 아는 사람이 있으면 정보를 공유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