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내년 9월까지 채용 없을 수도”
리프트, 700명 해고통보
통계상 노동시장은 여전히 ‘튼튼’…실업수당 청구, 역대 최저
통계상 미국의 고용상황은 아직 견고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경기 침체가 우려되면서 고용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빅테크(거대 정보기술 기업)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채용을 동결하고, 있던 직원도 해고하며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이들 빅테크 기업은 부분적으로 인력 재조정을 해왔지만,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 작업을 현실화하는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3일 회사 직원들에게 공지를 보내 앞으로 고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지난달 리테일(소매) 부문의 채용을 동결하겠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부문까지 이를 확대했다.
베스 갈레티 아마존 인사 담당 책임자는 악화하고 있는 경제 전망을 내세워 “앞으로 몇 달간 채용을 중단하고 경제 상황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3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에 어느 정도 부합했지만, 4분기 매출은 전망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이에 202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아마존의 시가총액이 1조 달러(1천427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도 거의 모든 고용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애플 이미지. 로이터 사진.
한 관계자는 연말이 되기 전에 매장 영업 직원은 추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모든 고용 중단은 회사 정규직 직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고용 중단이 내년 9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27일 3분기 실적 발표 후 “채용 속도를 늦췄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버와 같은 차량공유 업체 리프트는 이날 전체 직원의 13%를 감축할 예정이라며 직원들에게 사실상 해고를 통지했다.
지난 5월 약 60명을 1차로 내보냈던 리프트는 이번에는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다. 리프트의 전체 직원은 5천여 명인데, 이번에 회사를 떠나는 직원은 약 700명에 달한다.
공동 창업자인 존 짐머와 로건 그린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내년에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고, 승차 공유 보험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출을 줄여왔지만 더 긴축을 해야 하고, 이는 직원들과의 헤어짐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샌디에고 주립대에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와 리프트 사인이 세워져있다. 로이터 사진.
구조조정은 빅테크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까지 확산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온라인 결제서비스 업체 스트라이프(Stripe)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직원의 14%를 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트라이프는 미국에서 페이팔과 경쟁하는 온라인 결제서비스 업체다. 지난해 100조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가장 비싼 스타트업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라이프의 패트릭 콜리슨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인플레이션과 다가오는 경기 침체 우려, 높은 금리, 에너지 충격 및 더 줄어든 스타트업 자금 지원 속에서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요소들은 “2022년이 다른 경제 환경의 시작을 나타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영진이 2022년과 2023년에 인터넷 경제가 얼마나 성장할지, 언제 운영비가 급격하게 증가할지를 잘못 판단하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스트라이프는 비상장기업으로 정확한 직원 수는 알려지지 않지만, 현재 8천 명 수준으로 1천100명가량이 해고될 것이라고 미 CNBC 방송은 전했다.
무료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핀테크 기업 차임(Chime)도 직원의 12%, 약 160명을 해고한다고 밝혔고, 대체불가토큰(NFT) 개발업체 대퍼랩스(Dapper Labs)도 직원 22%, 134명을 구조조정을 했다고 밝혔다.
앞서 명상 및 수면, 휴식 관련 앱으로 잘 알려진 스타트업 ‘캄'(Calm)도 최근 약 400명의 직원 중 90명을 해고하며 20%의 인력을 줄였고, 코로나19 기간 급성장했던 배달 전문 스타트업 ‘고퍼프’도 전 세계 직원의 10%를 해고한 바 있다.
하지만 통계로 나타나는 미국의 노동시장은 아직 튼튼해 보인다.
노동부는 지난주(10월 23∼29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전주보다 1천 건 감소한 21만7천 건으로 집계됐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22만 건을 소폭 하회해 역대 최저 기록에 가까운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또 오는 4일 공개되는 10월 미국 고용보고서에서 비농업 일자리 수가 20만 개 증가하고 실업률은 3.6%로 소폭 증가하는 등 양호한 결과가 담길 것이라고 예상해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