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모델 단종도 한몫
직장인 K모씨는 최근 기아에서 가장 저렴한 소형세단을 구매했다. K씨는 “B딜러에서 프리미엄을 5000달러 내야 한다고 해서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2000달러 웃돈만 요구한 G 딜러에서 구매했다. 프리미엄에 이자율까지 치솟아 구매나 리스 모두 부담이 너무 컸다. 조금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현금을 융통해 일시불로 살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연방준비제도의 잇따른 금리 인상이 서민들의 자동차 구매에 적잖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만 해도 신차 구매시 무이자, 1% 등 저이자 프로모션이 흔했지만, 지금은 이자율이 10%에 육박하고 있어 월 할부금 부담이 두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달 가중평균(weighted average) 자동차 융자 이자율이 2.8%포인트 증가한 10.6%를 기록했다. 실제 적용되는 각각의 이자율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가중평균이 단순하면서 편차가 큰 산술평균보다 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자율 상승 폭이 평균 자동차 할부금을 한 달 만에 8% 이상 증가시킨 요인이 됐으며 크레딧 점수가 낮은 경우 타격이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크레딧 점수 580 미만의 딥서브프라임 고객의 경우 평균 이자율은 신차 18.2%, 중고차 21.8%에 달했다.
뱅크레이트의 11월 기준 17개 자동차 융자업체별 이자율 정보에 따르면 융자 신청자 최저 크레딧 점수를 700점으로 제한한 곳이 5개 업체였으며 600점이 1개 업체, 나머지는 비공개였다. 이자율은 최저 2.20%에서 최고 29.99%까지 다양했으며 융자기한도 최단 24개월, 최장 84개월에 달했다.
자동차 딜러들은 “기준금리가 오르니 자동차 이자율도 오를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신차 프리미엄이 조금 덜 붙기 시작했는데 이자율이 급증해 실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고이자율 탓에 올해 판매된 신차 가운데 가장 저렴한 셰볼레 스파크의 경우 계약금을 10% 지불하고도 매달 평균 400달러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소득이 5만 달러인 경우 자동차 할부금이 총소득의 약 10%를 차지하는 셈이다.
콕스오토모티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너선 스모크는 “치솟은 이자율 때문에 월할부금에 가장 민감한 저소득층이 신차 구매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이들은 주로 6~9년 된 차량으로 마일리지가 7만5000에서 12만 마일을 주행한 중고차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중고차는 종종 지속적인 수리가 필요해 소유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한편, 칩 부족 사태 이후 저렴한 모델이 생산 중단되는 것도 서민들 신차 구매를 어렵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셰볼레가 가장 저렴한 모델인 스파크 단종을 선언했으며 현대차도 액센트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자동차업체들이 칩이 부족하자 확보한 칩으로 수익성이 높은 고가 모델 생산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업체들이 자금력과 신용등급을 갖춘 고소득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움직이고 있어 저소득층의 신차 구매는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글·사진 / 박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