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 결집’ 막판 표심 변수 촉각
도널드 트럼프(76) 전 대통령이 오는 15일 ‘중대 발표’를 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사실상 2024년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미 전역을 달아오르게 한 초대형 이벤트인 중간선거 직전 터트린 이날 발언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시 한번 정국을 뒤흔드는 소용돌이의 중심에 서게 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7일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11월 15일 화요일에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자택) 마러라고에서 매우 큰 발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발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현지언론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토대로 이날 발언을 대권 재도전 시사로 관측했다.
유세에 모인 공화당 지지자들은 이날 발언을 대선 재도전 선언으로 받아들인 듯 크게 환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세에서 미국이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 기간 “쇠퇴하는 국가”가 됐다면서 “우리는 더는 세계 어디에서도 귀담아 들어주거나 존경해주는 국가가 아니다”라고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러 면에서 우스갯소리가 돼버린 국가”라고도 비난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대통령 선거에 다시 도전할 가능성을 최근 들어 점점 더 선명하게 언급해왔다.
그는 전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유세에서 “아마도 다시 해야 할 것 같지만 내일 밤(중간선거)에 초점을 계속 두겠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정치지형을 크게 바꾸고 향후 대권의 동향을 알릴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나왔다.
연방 하원의원 전체 435명, 연방 상원의원 100명 중 35명 등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간선거 전날 밤까지 미 전역에서 마지막 한 표를 호소하던 후보들을 제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재도전 발표를 예고하는 ‘폭탄 발언’을 터트리면서 “스포트라이트를 가로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재출마 가능성을 수시로 시사해왔으나 이날 오하이오주 유세에서는 100분에 걸친 연설 막판에 구체적 날짜와 장소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날 유세는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 J.D. 밴스를 지원하는 자리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히 이날 연설에서 아예 재출마 선언을 하는 것을 고려하기도 했으나, 자칫 이것이 민주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역풍’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었다고 NYT는 짚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과 참모진은 적어도 내년 1월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며 만류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유세에서 “우리는 내일 중대사를 방해할 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다”며 중간선거에서 ‘신 스틸러’가 되는 것에는 선을 그으려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유세에서 그의 ‘단골 소재’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김정은’으로 부르면서 “나는 김정은과 아주 잘 지냈다. 내가 그와 잘 지내는 건 좋지 않은가. 당시 우리는 결국 핵전쟁을 하게 되지는 않았다”라면서 “우리는 핵전쟁을 하게 될 수도 있었다. 믿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