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2022년 중간선거의 쟁점은 경제였다. 고물가, 고금리로 인한 경제불황으로 미국 유권자들은 공화당을 선택했다.
공화당이 연방하원의 다수당을 탈환한 것이다.
낙태 이슈도 강했지만 최근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불안을 덮을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보수주의자들이 기대했던 ‘레드 쓰나미’는 없었다.
연방상원의 경우 박빙의 결과가 나왔다. 지난 선거와 비슷한 결과다.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에서 민주당이 크게 선전한 것이다.
이제 남은 접전 지역은 네바다, 애리조나, 조지아 등 3곳이다. 이 가운데서도 다음달 6일 결선투표를 치르는 조지아의 결과가 최종적으로 누가 상원을 장악할지 결정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지사 선거도 마찬가지다. 공화당 주지사가 지키고 있던 매사추세츠와 메릴랜드에서 민주당 주지사가 선출되면서, 이번 선거는 속절없이 민주당 쪽으로 기울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도 불구하고, 당초 예상을 뒤엎고 상원과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공화당이 싹쓸이할 경우 트럼프의 사당화는 물론, 다음 대선에서 그가 공화당 후보로 지명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번 중간선거의 주요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트럼프의 정치적 영향력이 얼마나 발휘하는가(?)였다.
그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부터 자신의 구미에 맞는 후보들을 직·간접적으로 적극 후원했다.
트럼프 자신도 선전 전날까지 왕성하게 ‘정권 심판론’과 ‘2020년 부정선거론’을 외쳤다.
하지만 이 같은 트럼프의 독주는 오히려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요인이 됐다.
이에 따라 선거에 대거 내보낸 측근들, 이른바 ‘트럼프 키즈’ 성적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합지에서 약세를 보여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 바람을 일으키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실제 최대 격전지로 꼽힌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트럼프가 적극 지원한 메메트 오즈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가 맥없이 존 페터만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트럼프의 입김이 작용한 다른 지역의 공화당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당초 예상보다 공화당 바람이 불지 않은 것도 있지만, ‘트럼프 키즈’들의 인물 검증을 제대로 하지도 않은 결과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와 관련, 트럼프의 개입이 없었다면 공화당 후보들이 더 나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지난 2020년 대선에 이어 또다시 미국선거의 태풍의 눈이 된 조지아의 선거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트럼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연방상원의원에 도전했던 허셸 워커 공화당 후보는 결선투표까지 가는 선전을 벌이고 있으나,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
반면, 트럼프 장학생이었음에도 그와 거리를 두고 ‘마이웨이’를 외쳤던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여유 있게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 2008년 반집 승부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결국 미국 유권자들은 경제를 어렵게 한 바이든도 싫고, 그렇다고 독선의 트럼프가 대안은 아니다는 속내를 이번에 표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이런 민초들의 민심을 잘 읽어야 한다. 다음 대선 준비를 위해서만이 아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연방 상원 결선투표에서 승리해 다수당이 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 결과에 따라 앞으로 2년간 워싱턴 정치지형은 물론, 다음 대선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