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극우·중도파 통합 ‘난망’
‘레드 웨이브 불발’ 당내 균열 속 경쟁자들 잇단 경선 도전장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공화당이 가까스로 하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아왔지만,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의 앞길은 예상 외로 험로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에 대해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를 효과적으로 저지하며 원내 운영을 매끄럽게 해내려면 당내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세밀하게 조율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아슬아슬한 이번 선거 결과를 틈타 의장 자리를 호시탐탐 엿봐온 경쟁자들이 급부상함에 따라, 곧 열리는 당내 경선에서 의장 후보로 선출되더라도 확고한 원톱 리더십을 공고히 다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9일 “매카시는 지난 4년간 다수당을 어떻게 운영할지를 체계적으로 계획해온 인물”이라면서도 “박빙의 승리로 인해 그의 행보가 복잡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공화당 지도부는 아주 근소한 수적 우위만 갖고 이념적으로 까탈스러운 하원을 이끌어야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은 미국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은 예산편성권과 입법권을 쥐고 의회를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막강한 자리다. 공화당이 다수당으로 확정되면 내주 자체 지도부 경선으로 후보를 정한 후 내년 1월 하원 전체 투표에서 의장을 최종 선출한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전통적 보수주의자임과 동시에 친(親)트럼프 성향을 가진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그는 하원 탈환이 가시화한 이날 새벽 2시 짤막한 연설을 통해 “내일 아침 일어나면 우리는 다수당이, 낸시 펠로시는 소수당이 돼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하지만 애초 점쳐졌던 ‘레드 웨이브'(공화당 압승)가 미풍에 그치면서, 보수당에 돌아갈 차기 하원의장의 원내 장악력과 통제력도 기대에 못 미치게 됐다.
특히 극우파와 중도파가 혼재한 공화당 하원의원들의 이념 분포를 고려하면, 작은 균열로 인한 소수의 이탈표 발생만으로도 대오가 무너지며 여소야대의 수적 우위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WP는 “극우파는 원내 수적 우위로 어떻게 득을 볼지 골몰하는 반면, 중도파는 자신들이 극단적 정책의 볼모로 잡히거나 매카시로부터 양보를 강요받는 상황이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카시가 그간 당내에서 신망을 두텁게 쌓아온 만큼 의장 후보 선출에 필요한 표를 충분히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하원 의석수가 기대에 못 미침에 따라 정책적인 측면에서 많은 타협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WP는 내다봤다.
이미 선거 과정에서 이민 정책, 정부 지출, 부채 한도 등과 관련한 당내 이견이 선명하게 노출된 바 있다.
예상에 못 미치는 선거 결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원한 다수의 후보도 함께 낙선하면서, 그와 지지층이 내세우고 있는 ‘선거 부정’ 프레임을 잠재우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문제다.
게다가 극우 성향의 공화당 강경파 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에서는 매카시의 의장 선출 절차를 앞두고 하원의원 누구나 언제든지 의장 해임 동의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원내 규정을 복원할 것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 공화당 하원 관계자는 “매카시도 펠로시가 그랬듯 똘똘 뭉친 한줌의 극단주의자들에게 시달리는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카시가 공화당 내부를 통합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경우 의장 선출을 위해 일부 민주당 세력에까지 손을 벌리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레드 웨이브’를 기대했던 당원들 사이 선거 결과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런 틈새를 노리고 매카시의 잠재적 경쟁자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종해온 짐 뱅크스, 공화당 선대위원장을 맡은 톰 에머 등 의원들이 이미 하원의장 경선에 뛰어들었다고 보도했다.
매카시 아래에서 원내수석부대표로를 맡은 드류 퍼거슨도 수개월간 물밑 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P 통신도 “공화당의 암울한 성과로 인해 매카시의 입지가 약화했다”며 “하원의장 자리를 차지할 수는 있겠지만, 많은 전임자처럼 쫓겨나거나 조기 사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