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소속 버지니아주 부지사 “트럼프, 당 골칫거리 됐다…지지 못해”
11·8 중간선거에서 압승을 기대했다가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을 거둔 공화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고 언론들이 10일 보도했다.
중간선거 결과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공화당 내부는 물론 정치분석가들 사이에서도 공화당의 부진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한 소위 ‘트럼프 키즈’들의 자질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트럼프 책임론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공화당 소속인 버지니아주 윈섬 시어스 부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 출마할 경우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중간선거 부진을 둘러싸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어스 부지사는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대선에 출마한다면 그를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한 지도자는 자기가 언제 (당의) 골칫거리가 되는지 알고 무대를 내려가야 할 때를 안다”며 “유권자들은 매우 분명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줬다. 나는 그를 지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시어스 부지사의 이 발언은 그가 민주당 성향이 강한 버지니아주 유권자들이 글렌 영킨 주지사의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인물로 버지니아주 역사상 첫 여성, 첫 유색인종 부지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의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한 많은 후보가 중간선거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이후 나온 것으로 공화당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둘러싼 당 내부 긴장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계은퇴하는 공화당 팻 투미(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로이터 사진.
공화당 팻 투미(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은 자신의 정계 은퇴로 공석이 된 자리를 놓고 벌어진 대결에서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게 패한 책임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펜실베이니아주 부지사 출신인 민주당 존 페터만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한 공화당 메메트 오즈 후보를 물리치고 승리, 공화당이 차지했던 상원 의석을 빼앗아옴으로써 민주당의 상원 다수당 지위 유지 가능성을 높였다.
투미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후보들을 대거 내세운 것과 (공화당의) 대패 사이에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며 “이는 펜실베이니아에서만 문제가 되게 아니라 다른 주들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강조했다.
조지워싱턴대 정치분석가 토드 벨트 교수는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운 많은 후보가 패배했다”며 “이제 많은 공화당원이 그가 이런 후보들을 선택한다면 더는 당 대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후폭풍이 중간선거 승리를 차기 대선 재도전의 발판으로 삼으려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직후 “내 관점에서 보면 큰 승리”라고 주장하는 등 15일로 예고한 대선 출마 선언을 강행할 태세지만 측근과 보좌진은 출마 선언을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12월 6일) 이후로 연기하라고 설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