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지역 미인대회에서 이 대회 최초로 트랜스젠더가 우승해 이를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10일 ABC 뉴스 등에 따르면 뉴햄프셔주의 지역 미스 아메리카 미인대회에서 트랜스젠더 브라이언 응우옌(19)은 ‘미스 그레이터 데리 2023’ 우승자 왕관을 썼다.
1987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는 우승자의 특전으로 7500달러의 장학금을 준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그레이터 데리 지역에 사는 17~24세의 젊은 여성 중 학업, 재능, 인성, 사회봉사 및 태도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 여성에게 장학금 7500달러를 수여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응우옌은 자신의 SNS에 “미스 아메리카 100년 역사에서 나는 공식적인 첫 번째 트랜스젠더 타이틀 소유자가 됐다”며 “‘미스 뉴햄프셔’로서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지역을 대표할 기회를 가지게 돼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기회가 된다면 미스 유니버스에 참가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뉴햄프셔 미인대회 ‘미스 그레이터 데리 2023’ 우승자 트랜스젠더 브라이언 응우옌.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미스 그레이터 데리 장학금 대회는 미스 뉴햄프셔 대회와 미스 아메리카 대회를 위한 예선전이기도 하다. 응우옌은 내년 4월 미스 뉴햄프셔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응우옌의 우승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응우옌의 우승을 축하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생물학적 여성이 아닌데 ‘미스’ 아메리카는 아니지 않느냐”는 의견을 내며 응우옌이 다른 여성의 기회를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브라이언 응우옌.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한편 최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미국 연방 제9 항소법원은 “성전환자의 미스USA 참가 요구는 이상적 미국 여성상을 표현할 역량을 손상시킬 수 있다”며 미스USA 선발대회 주최 측이 트랜스젠더의 참가 신청을 거절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한 바 있다.
당시 재판은 성전환자이면서 인권운동가인 애니타 그린이 지난해 미스USA 참가가 좌절된 뒤 제기한 소송에 따른 것이다. 그린은 생물학적으로 여성으로 태어난 이들만 미스USA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오리건주의 차별금지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9 항소법원은 공공시설에서 성차별을 금지한 오리건주 법을 미스USA 대회에 적용하는 것은 대회 주최 측이 미국 헌법에 따라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미스USA 주최 측이 추구하는 여성성을 구현하기 위해 참가자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