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정책으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블룸버그 “공화 입장선 타이밍 최악”
도널드 트럼프(76) 전 대통령이 15일 2024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해 작년 1월 20일 4년의 임기를 마치고 쓸쓸히 퇴장한 지 1년 10개월 만에 전면 등장한 것이다. 2016년, 2020년에 이어 세 번째 대권 도전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밤 플로리다 자택인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가진 연설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고 영광스럽게 만들기 위해 오늘 밤 나는 미국 대통령 입후보를 발표한다”고 말하며 차기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2년 전 우리는 위대한 국가였고, 곧 우리는 다시 위대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4년 더 집권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할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나는 모든 정책에서 다시 미국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방선거위원회(FEC)에 2024년 대선 출마를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대선과 관련해 공식 입후보한 첫 인사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중간선거를 끝낸 정치권은 내년 1월 새 의회 출범을 계기로 대선 국면으로의 조기 전환을 예고했다.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선언으로 잠룡들 간의 치열한 싸움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고, 민주당도 대응 전략 수립에 발 빠르게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간선거 전날인 지난 7일 오하이오주 유세에서 “마러라고에서 15일 매우 큰 발표를 할 것”이라고 대선 출마 선언을 예고했다. 공화당의 중간선거 압승 분위기를 타고 자신의 대권 도전 의지를 극대화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상원 탈환에 실패했고 하원도 3석 안팎의 아슬아슬한 우위가 점쳐지면서 공화당에선 ‘트럼프 책임론’이 부각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간선거 과정에서 지난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자신의 노선을 따르는 인사들을 대거 후보로 내세워 다 이긴 게임을 놓쳤다는 비판이었다.
참모들은 출마 선언을 미루자고 설득했지만 결국 발표를 강행했다. 중간선거 고전으로 당내 입지가 좁아진 처지를 정면 돌파하고 조여오는 당국의 수사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의 출마선언과 관련해 “공화당으로선 타이밍이 이보다 나쁠 수 없다”며 “유권자들이 낙태권 같은 사회적 문제에 극단적 입장을 가진 선거부정론자들을 거부함에 따라 트럼프 지지 후보자들이 주요 선거에서 졌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내 경쟁을 뚫고 대선 후보가 된다면 바이든 대통령과의 ‘리턴매치’ 가능성이 작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의 중간선거 선전 일등 공신으로 평가돼 그간 불거졌던 차기대선 불출마 압박에서도 벗어난 기류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중간선거 졸전으로 공화당 지지층이 대안 후보를 찾는 현상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당장 잠룡 중 한 명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이번 선거에서의 압승으로 재선에 성공해 트럼프를 대체할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수사도 그를 옭아맬 가능성이 없지 않다. 1·6 의사당 난입사태 조장, 조지아주에 대한 대선 결과 변경 압력 의혹, 퇴임 시 기밀문서 반출 의혹 등 수사당국과 사법부의 칼날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내 경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후보가 되더라도 완주가 가능할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