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소유 보수 매체들 등 돌려…NYT는 ‘트럼프 맹비난’ 사설
한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했던 보수 매체마저 트럼프의 재출마 선언을 조롱해 화제가 되고 있다.
16일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뉴욕포스트는 이날 1면 맨 아래에 ‘플로리다 남자가 발표하다’라는 모호한 예고성 제목과 함께 26면을 보라고만 적었다.
전날 밤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대권 도전 선언 기사를 1면이 아닌 26면에 배치한 것도 모자라 ‘트럼프’라는 이름이나 ‘전직 대통령’과 같은 직위가 아닌 마치 평범한 플로리다 주민인 것처럼 묘사한 것이다.
‘플로리다 남자’…트럼프 무시한 뉴욕포스트 1면. 뉴욕포스트 트위터 캡처.
심지어 뉴욕포스트는 26면에서도 한 줄짜리 단신 기사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선언을 다뤘다.
신문은 ‘이미 다 겪어봐서 안다'(Been there, Done that)라는 영어 문장에서 ‘Done’을 발음이 비슷한 도널드의 약칭 ‘Don’으로 바꾼 기사 제목(Been there, Don that)으로 그의 3연속 대권 도전을 폄하했다.
기사 본문에서도 “플로리다의 한 은퇴자가 대선에 출마한다는 깜짝 선언을 했다”라며 “열혈 골퍼(avid golfer)인 도널드 트럼프가 기밀문서 도서관인 자신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대권 도전을) 시작했다”고 조롱했다.
뉴욕포스트는 오는 2024년 만 78세가 되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함께 최고령 대통령 타이기록을 세운다는 점을 부각한 뒤 “그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비꼬았다.
기자 이름도 따로 없는 이 기사에서 신문은 맨 마지막 문장에서야 “트럼프는 또한 45대 대통령으로 재직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뉴욕의 대표적인 타블로이드 신문 중 하나인 뉴욕포스트는 2020년 대선 때만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면서 민주당 후보였던 바이든 대통령을 맹렬히 공격했으나, 불과 2년 만에 완전히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뉴욕포스트를 비롯해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폭스뉴스 등 보수 성향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다른 매체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관심을 주지 않거나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WSJ은 중간선거 직후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 비판하는 사설을 두 차례나 실었다.
조롱과 무시로 일관한 뉴욕포스트와 달리 진보 성향인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출마 선언을 진지하게 조목조목 비판하는 논설위원실 명의의 사설을 펴냈다.
NYT는 “그의 새 대선 캠페인은 거짓말과 혼돈이라는 똑같은 추악함으로 시작됐다. 이는 미국의 민주주의에 훨씬 더 큰 위협을 제기한다”라며 “트럼프는 공직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고 규정했다.
NYT는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은 더이상 민주적 절차에서 선의의 참가자인 것처럼 위장할 수 없다”며 대선 불복 문제를 거론한 뒤 “트럼프는 인종주의를 부추기려고 대중을 선동했으며, 크고 작은 거짓말을 했고,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사익을 국가 안보보다 우선했으며, 독재자들의 친구였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에서 두 차례 탄핵당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만약 트럼프가 2024년 대선 레이스에서 살아남는다면 그 선거는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투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