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상들은 경기변동을 가장 일선에서 느낀다.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한 후 지출하는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으면 웬만한 손님들도 고액권으로 결제하는 빈도가 높은 반면, 경기가 나빠지기 시작하면, 잔돈을 들고 오는 손님들이 늘어난다.
실제 한 소매상의 경우 지난 상반기만 해도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씩은 잔돈을 바꾸느라 거래은행을 들려야 했다. 하지만 지난 9월부터 은행방문 횟수가 줄기 시작하더니 최근엔 거의 1달에 한번 꼴이다.
잔돈결제가 그만큼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생활이 팍팍해지자 쌈지돈까지 소비지출에 동원하고 있는 형국이다.
소비자들은 최근 외식비도 크게 줄였다. 소비지출에 부담을 느낀 탓이다. 아닌 게 아니라 경기에 민감한 제과점의 경우 최근 매출이 크게 줄었다. 한인들이 많이 운영하는 식당들도 예전과 같지 않다고 하소연이다.
이처럼 실물경기는 최근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그럼에도 연방준비은행(FRB)은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해 금리 인상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미국경제는 통계 수치상 아직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우선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던 소비자 물가가 지난달 한풀 꺾인 모습을 보였으나, 2% 목표치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게다가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 세 분기 만에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소비자 판매도 전월보다 1.3% 증가해 예상치를 웃돌았다.
고용시장도 수치상으로는 아직까지 양호하다.
FRB는 이에 따라 조만간 빅 스텝 규모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의 자이언트 스텝 보다는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그렇지만 서민들은 계속 아우성이다. 고금리에 따른 이자부담은 차치하고라도, 장바구니 물가, 에너지와 주거비용 등은 여전히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어려운 상황은 마찬가지다. 실제 아마존, 애플,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앞다퉈 구조조장에 돌입한 상황이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공급망 붕괴 등이 겹치며 글로벌 경기가 얼어붙은 탓이다.
그나마 소비의 주축인 중산층이 아직까지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저축한 여유자금으로 버티고 있긴 하지만 곧 한계에 달할 것은 불 보 듯 뻔하다.
소비절벽이 일어날 경우 빠르면 내년초 불황의 늪에 빠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실제 중산층의 소비지출은 예년 같지 않다. 연말 쇼핑시즌임에도 불구, 소비는 다소 부진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국소매연합은 미국의 11∼12월 소매 매출은 지난해보다 6∼8% 증가한 9426억∼9604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수치상으로는 늘어나지만,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실제 소비는 줄어든 것이나 다름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선행지수로 불리는 주택시장은 지난 10년 이래 가장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전방위적 경제 위기가 코 앞에 다가온 것이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중간선거도 거의 막을 내렸으니, 백악관과 워싱턴 정가는 민생으로 눈을 돌리기를 기대한다.
더 늦기 전에 경기 경착륙에 대비하는 게 마땅하다. ‘아차’하는 순간 골든 타임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