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11월 8일 중간선거가 막을 내렸다. 조지아주의 경우 12월 6일 상원의원 결선투표가 남아있지만, 이번 중간선거의 결과는 ‘민주당의 예상밖 선전, 공화당의 다된밥 죽쑤기’로 결론지을 수 있겠다.
선거 전문가들은 당초 공화당이 상하원을 휩쓰는 ‘레드 쓰나미’(Red Tsunami)가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했다. 라면 한박스 값이 1년새 두세배로 뛰는 살인적 인플레이션, ‘일할 사람이 없다’고 외치는 인력난 때문에 한인을 비롯한 국민들 사이에서 ‘살기 힘들다’는 원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전통도 빠질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패배는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게다가 공화당 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여전한 가운데,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인정못한다”는 극우세력의 극성도 여전했다. 오하이오, 플로리다 주처럼 공화당 다수 의회가 선거구를 ‘개리맨더링’함에 따라 공화당이 하원선거에서 이길 가능성도 높았다고 비영리단체 커먼코즈 전국 선거구 재조정(Common Cause National Redistricting)의 캐시 펭(Kathay Feng) 국장은 지적했다.
그러나 막상 투표함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의 상원 과반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으며, 하원도 아슬아슬한 차이로 공화당을 따라잡은 것이다. AP통신은 연방상원은 민주당이, 연방하원은 공화당이 장악하는 ‘분점 통치'(divided government)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야말로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닌’ 선거결과였다.
민주당의 선전과 공화당의 부진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이에 대해 텍사스 주립대 오스틴(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의 세르지오 I 가르시아-리오스(Sergio I. García-Rios) 교수는 한인을 비롯한 유색인종 유권자(Voters of color)들이 승부를 갈랐다고 분석했다. 그는 “유색인종 유권자들은 경제도 신경썼지만 그보다도 미래의 삶에 중점을 뒀다”며 “정치권의 극한 대립 가운데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호소에 유색인종 유권자들이 호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민주당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잊지 말라고 충고했다. “유권자들은 양당에 모두 실망했다.”(We’re disappointed with both parties.)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유권자(APIAVote)의 크리스틴 첸(Christine Chen) 사무총장도 “양당을 모두 지지하지 않는 아시아계 유권자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단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시아계 유권자의 35%가 민주, 공화당을 모두 지지하지 않는 무당파(independent voters)라고 응답했다. 특히 중국계의 47%가 무당층이며, 심지어 아시아계 가운데 가장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베트남계 유권자들조차 ‘무당파’라고 자처하는 유권자가 늘고 있다.
흑인 비영리단체 우지마(Ujima)의 카르마 코트맨(Karma Cottman) 사무총장은 여성표에 주목했다. 그는 “흑인 여성들은 경제적 안정보다 물리적 안전, 다시말해 여성으로서의 안전을 우선해 투표했다”며 “유색인종 여성 후보가 많이 출마한 것도 여성 유권자 증가에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번 선거의 이변은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이 딱히 잘했다기보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극우세력에 너무 의존했던 공화당의 방심에 따른 것이라고 할수 있다. 특히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계, 여성 무당파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그나마 덜 문제를 일으킨 민주당에 한표를 줬을 뿐이다.
조지아주의 한인 표심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한인사회는 올해 선거에서 민주당 샘박 하원의원과 공화당 홍수정 의원 등 2명의 한인 정치인을 배출했다. 많은 한인 유권자들이 당파보다는 후보자의 인물 됨됨이를 보고 투표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중간선거는 끝났지만 조지아 한인사회의 투표는 계속된다. 오는 12월 6일 상원의원 결선투표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민주, 공화 양당 후보가 모두 소숫점 아래 간발의 차이로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규모는 작지만 한인들의 한표 하나하나가 이번 선거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결선투표에 더 많은 한인들이 투표에 참여해 한인의 존재감을 드러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