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최고 이자율 187%…규제 허술
업계 로비에 막혀 주의회도 뒷짐
로버트 볼은 63세에 은퇴한 뒤 아내와 함께 사바나 집에서 노후를 보내려던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그의 꿈은 아내 건강이 악화되고, 많은 의료비 부담을 안게 되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은행으로부터 재융자를 거부당하자 타이틀맥스라는 대출기관에서 급전을 빌렸는데, 이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2017년 7월 볼은 2006년형 혼다 리지라인 트럭을 담보로 9518 달러를 빌렸다. 매달 1046 달러씩 지불하면 무기한 연장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매달 꼬박꼬박 월불입금을 납부했다. 2년간 낸 돈은 2만5000달러. 그러나, 원금은 한 푼도 줄지 않았다. 그간 낸 불입금은 전액 이자였던 것이다.
상환부담금을 감당하기 힘들자 볼은 71세에 파산신청을 했고, 회사는 소송을 통해 차를 처분해 대금을 회수해 갔다.
사바나에 사는 타메카 리버는 2년 넘게 타이틀맥스 돈을 갚고 있다. 딸의 아파트 임대 보중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2019년 급하게 2000달러를 융자 받았기 때문. 그녀는 매달 249달러만 내면 된다는 점장의 말만 듣고 매달 현금으로 상환금을 납부했다. 그러나 10개월 뒤 그간 낸 돈은 이자에 불과할 뿐 원금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이 처럼 자동차 등의 소유권(타이틀)을 담보로 급전을 빌려 주는 타이틀맥스 같은 전당포형 고리대금업자들에게 조지아주는 천국이나 마찬가지다.
타이틀맥스의 모기업 TMX파이낸스 고객은 29만3000명. 16개주에 100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출은 2021년 7억1200만 달러. 2019년에는 9억1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일년 수익이 100만 달러가 넘는 매장도 있다.
TMX파이낸스의 가장 큰 시장은 텍사스로 전체 매출의 32%를 차지하고, 조지아주가 20%로 두번째 큰 시장이다. 2019년 7월부터 지난 6월 사이 주 전체 210개 매장에서 4만7000대의 차량의 담보를 잡았다. 이는 주 전체 차량 담보의 60%에 해당한다.
TMX 파이낸스 홈페이지 사진.
소비자들의 피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30여개 주가 이 같은 타이틀을 담보로 한 고리대금업을 금지하고 있다. 2016년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이 회사가 조지아, 앨라배마, 테네시주 등지에서 고리대금업으로 고객을 속여왔다며 그해 매출의 1%인 9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그 후 5개 주 이상이 이 같은 소유권을 담보로 한 대출이자를 연 36%이상 받지 못하게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조지아주는 여전히 타이틀 담보 대출업체들이 세 자리까지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고, 3대 담보 대출업체가 근거지로 삼는 터전을 마련해준 결과가 됐다. 이들 회사의 실질적인 이자율은 연 119~179%나 된다. 이런 형태의 업종은 금융기관으로 간주되지 않고, 전당포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규제가 허술하다.
소비자 권익단체 조지아워치 리즈 코일 디렉터는 “그들의 영향력은 너무 큰데 반해 이를 규제하려는 정치적 의지는 너무 약하다” 고 지적했다.
조지아주 금융국은 주내 166개 금융기관에 대해 고리대금 상한선을 연 60%로 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타이틀 담보 대출업체의 상한선은 연 187.5%. 매달 25%의 이자율로 30일간 대출을 해 주고, 기간을 연장할 경우 추가 12.5%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인가 기준도 간단하다.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자 주 의회에서는 이자율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관련업계의 로비로 번번이 실패했다. 단속 법규가 허술하니 당국의 단속도 미진할 수 밖에 없다. 법무장관실에서 여러차례 수사를 했으나 일부 혐의 사실만 인정했을 뿐 업체들은 사업상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로레나 새디 파산전문 변호사는 조지아주 주민 파산의 3분의 1이 소유권 담보 대출기관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도덕하지만 합법적인 사업” 이라며 “가난하거나 힘이 없거나 운이 없는 사람들에겐 끔찍한 곳” 이라고 말했다.
김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