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동문, 보너스 지급·다양성 프로그램 문제 삼으며 해고 요구
남부의 유서 깊은 군사대학에서 흑인이 학장을 맡은 이후 백인 동문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주립 버지니아군사학교(VMI)는 이 대학 졸업생(1985년)으로 육군 소장을 지낸 흑인 세드릭 T. 윈스를 작년에 학장으로 임명했다.
그의 임명은 VMI의 첫 흑인 학장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1839년 설립된 VMI는 미국의 첫 주립 군사대학으로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 장교 다수를 배출했으며 재학생도 참전했다. ‘남부의 웨스트포인트(미국 육군사관학교)’라고도 불린다.
이런 역사 때문에 1968년에 첫 흑인 입학을 허용했으며 1997년에야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오늘 VMI 재학생 1천500명 중 흑인이 8%, 여성이 13.5%다.
버지니아군사학교(VMI) 첫 흑인 학장, VMI 제공.
윈스의 학장 임명은 VMI가 오랫동안 인종·성 차별을 묵인했다는 주(州)정부의 조사 결과 이후 이뤄졌다.
당시 VMI는 노예제를 유지하려고 싸운 남부군을 미화하는 문화가 있었고 백인우월주의단체의 잔재가 발견됐으며 일부 흑인 학생이 협박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주로 백인으로 구성된 동문 단체는 최근 학교가 윈스 학장에게 보너스를 지급한 것을 문제 삼으며 그의 해고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윈스 학장을 비판하는 백인 동문 다수가 참여하는 정치행동위원회(PAC) ‘VMI의 정신’은 이달 성명을 내고 학교 이사회가 연봉 62만5천달러를 받는 윈스에게 10만달러 보너스를 지급한 것을 지적했다.
올해 신입생 등록이 25% 줄었는데도 이사회가 이전보다 많은 보너스를 줬다는 것이다.
지난 11일에는 VMI를 1975년에 졸업한 백인인 더글러스 콩테가 보수 성향의 토크쇼에 출연해 버지니아주지사가 윈스가 학장으로 적합한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톰 왓젠 학교 이사장은 보너스 지급에 대해 윈스가 코로나19 시기에 학교를 이끌었고 주 정부의 인종차별 조사에 대한 대응을 담당했으며 학교에 다양성과 평등, 포용성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 동문은 학교가 레즈비언 작가의 교내 강연을 허용한 것을 문제 삼는 등 다양성 강화 프로그램마저 비판하고 있다.
WP는 윈스를 공격하는 동문 다수가 2020년 인종 차별 논란으로 학장 재임 17년만에 사임한 J.H. 빈포드 피이 3세 전 육군 대장을 지지하는 등 윈스의 임명을 처음부터 반대했다고 전했다.
VMI에서 윈스 학장과 4년간 같은 방을 쓴 척 로저슨 전직 육군 대령은 “힘 빠진 돈 많고 늙은 백인 남성들은 흑인이 VMI를 이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며 “그들이 전임 학장의 연봉을 문제 삼은 적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