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세금 환급 기록을 의회에 제출하라고 결정한 연방 대법원에 대해 정치적 기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리자 사실상 자신이 재임 시절 임명권한을 행사해서 손수 꾸린 보수 우위의 연방 대법원을 싸잡아 비난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세금 환급 자료를 넘겨주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고, 미래의 대통령들에게 끔찍한 선례를 만든다”고 전날 대법원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대법원이 내게 불리한 판결을 했다는 것에 어느 누가 왜 놀라겠느냐. 그들은 항상 그렇다”며 “조 바이든은 (차남) 헌터와 그 너머로부터 불법적으로 번 모든 돈에 세금을 냈느냐”고 말했다.
앞서 연방 대법원은 전날 미 하원에 자신의 세금 환급 기록 제출을 막아달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요청을 최종 기각했다.
이 결정에 따라 미 재무부는 트럼프 재임 4년을 포함한 2015∼2020년 기간의 트럼프 본인 및 일부 소유 기업의 세금 환급 자료를 하원 세입위에 제출해야 한다.
민주당 주도의 하원 세입위는 이 자료를 검토해 트럼프의 부당한 세금 환급을 입증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트럼프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도 열려 있다.
트럼프는 하원 세입위의 자료 제출 요구에 정치적 음모와 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를 들어 결사 저항해왔다. 미 대통령의 세금 환급 내역 공개는 오랜 관행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은 그 명예와 명성, 지위를 잃었고, 정치적 기구에 지나지 않게 돼버렸다”며 “그들은 2020년 대선 사기를 살펴보는 것조차 거부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방 대법원은 현재 보수 6명, 진보 3명 등 보수 우위로 꾸려져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닐 고서치, 브랫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 등 3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을 임명해 확실한 보수 우위 대법원으로 지형을 바꿔 놓은 것이다.
이날 원색적인 비난도 우군이라 여겼던 보수 우위 대법원이 자신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 데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연방 대법원은 지난 대선 직후에도 경합주였던 위스콘신, 미시간, 조지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를 무효화 하기 위해 126명의 공화당 하원의원과 18명의 공화당 주 법무장관의 지지를 받은 텍사스 주도의 소송을 기각한 바 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하게 반발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