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은 24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우루과이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왼쪽 공격수로 선발출전한 손흥민은 풀타임을 소화했다. 공격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답답한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쓰고도 뛴 손흥민의 투혼은 박수 받기 충분했다.
지난 2일 소속팀 토트넘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 도중 얼굴을 다친 손흥민은 이틀 뒤 수술을 받고 재활과 훈련을 병행해왔다. 검정 마스크를 쓰고 훈련하는 그를 본 축구 팬들은 ‘캡틴 조로’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응원했다. “1% 미만의 가능성이라도 (출전할 수 있다면) 앞만 보고 달리겠다”며 월드컵을 향한 열망을 드러낸 손흥민은 2014년(브라질)과 2018년(러시아)에 이어 생애 세 번째 월드컵 첫 경기부터 나섰다.
경기 전 수비수 김민재(26·나폴리)와 진한 포옹을 나누며 어깨를 두드려 준 손흥민은 결연한 표정으로 마스크를 고쳐 쓰고 그라운드에 올랐다. 결투를 앞둔 검투사의 비장함이 느껴졌다.
전반 9분 주장 완장이 자꾸 흘러내리자 손흥민은 벤치 쪽으로 와서 바꿔 찼다. 볼 경합 과정에서는 다소 버거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전반 25분 손흥민은 왼쪽 측면에서 한번 접어 상대 선수를 제쳤다. 곧바로 전환 드리블로 또 한명을 제친 뒤 왼발슛을 쐈다. 그러나 우루과이 선수가 헤딩으로 걷어냈다.
전반 45분이 끝나자 우루과이 베테랑 수비수 디에고 고딘이 손흥민에 다가와 어깨동무를 했다. 마스크를 벗은 손흥민은 힘들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후반 시작을 앞두고 손흥민은 선수들을 이끌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후반 11분 왼쪽 사이드 부근에서 우루과이 마르틴 카세레스(LA갤럭시)가 뒤에서 손흥민을 밀어 넘어뜨렸다. 넘어지는 과정에서 손흥민의 손이 카레세르 발에 밟혔다. 손흥민의 테이핑한 양말이 찢어지고 축구화까지 벗겨질 정도의 충돌이었다. 쓰러진 손흥민은 손을 잡고 고통스러워했다. 주심은 카세레스에 옐로카드가 줬다. 다행히 손흥민을 훌훌 털고 일어났다.
손흥민은 후반 36분 마스크를 벗은 채 벤치로 가서 흘러 내리는 땀을 닦았다. 손흥민은 후반 45분 아크 부근에서 강력한 왼발슛을 쐈지만 오른쪽 골포스트 옆으로 빗나갔다. 마스크를 쓰고 있다 보니 정확한 임팩트가 되지는 못했다.
부상 이전 만큼 스프린트(단거리 전력질주)와 뒷공간 침투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부상에도 자진해서 출전 의지를 밝힌 손흥민이 있었기에 한국은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값진 승점 1점을 챙길 수 있었다.
24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경기. 대한민국의 손흥민이 우루과이의 카세레스의 거친 태클에 넘어진 뒤 축구화를 신고 있다. 손흥민의 오른쪽 양말이 찢겨져 있다. 연합뉴스
경기 종료 뒤 손흥민이 관중석의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