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부는 지난 수 십년간 북한의 핵위기 해결에만 집중하느라 인권 문제를 소홀히 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습니다.”
북한 인권의 어머니라 불리는 수잔 솔티(Suzanne Scholte) 여사가 최근 애틀랜타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워싱턴 정가를 향해 일침을 날렸다.
솔티 여사는 평양당국은 이러한 미국의 정책을 교묘히 이용해 핵무장을 강화했고, 북한 주민들은 역사상 유례없는 인권 침해와 억압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동안 미국의 대북한 외교의 주관심사는 북핵문제 해결이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이후 미국은 북핵 저지를 위해 4자회담과 6자 회담을 추진했으나,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이후 버락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나 도널드 트럼프의 화해 제스처는 2018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오히려 북한의 반발을 초래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유엔을 통한 압박전술도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이런 미국을 조롱하듯, 최근 핵무기 사용을 법령화하고, 사정거리 1만5천km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
북한의 핵과 ICBM위기는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개입을 주저케 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는 기존의 ‘한반도 비핵화’로 대변되는 안보 중심 전략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또한 이 같은 백악관의 대북 외교는 ‘강대강’을 추구하는 대중국 정책과도 맞물려, 동북아시아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북한의 아킬레스건은 “인권문제”라는 솔티 여사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마침 북한인권결의안이 올 12월 중 유엔본회의에서 채택될 것으로 전망된다.
18년 연속 채택이지만 올해는 북한의 대규모 미사일 도발과 맞물려 관심이 집중된다.
이에 앞서 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유엔 제3위원회는 최근 유럽연합(EU)이 제출한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합의로 채택,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미국과 한국 등 63개 국이 공동제안국에 동참했다. 특히 한국은 4년만에 공동제안국에 다시 참여해 눈길을 끈다. 만시지탄이다.
한국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재임기간동안 북한의 인권문제에 내내 침묵했다. 당사국인 한국의 적극적 동의도 얻었으니, 미국의 입장에선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가운데 미 의회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북한인권법을 5년 더 연장하는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이 올해 안에 의결될지 주목된다.
상원법안은 지난 7월 소관 상임위인 외교위를 통과해 본회의 심의를 거치고 있으며, 하원 법안은 외교위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또 상원의 2023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대한 수정안으로도 제출되어 있다.
북한인권법은 지난 9월 30일을 기해 만료된 상태다. 법 연장을 승인하는 안건은 의회 연내 표결의 우선순위에 올려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단순히 인권문제만으로 북한을 옥죄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안보와 인권, 투 트랙(Two track) 외교전략을 동시에 추진한다면, 충분히 시너지 효과가 있다.
인권외교는 대 중국 압박전략으로도 효과적이다. 특히, 신장 위구르, 티벳, 홍콩 등 베이징 정부의 약점 공략에도 안성마춤이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이른바 ‘스타워즈전략’로 대변되는 군비확장정책으로 옛 소련을 해체하는 데 성공했다.
워싱턴 정가가 ‘스타워즈전략’과 더불어 인권문제를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북한에 대한 압박은 배가될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