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에 태극전사들과 원정 응원에 나선 붉은악마들은 뜨거운 기쁨의 눈물을 쏟아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 3차전에서 포르투갈에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뒀다.
2일 오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성공한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며 그라운드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시작 전까지만 해도 한국이 16강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기만 했다.
한국은 이날 H조에서 가장 강한 상대인 포르투갈을 반드시 이겨야 했고, 같은 시간 열리는 가나-우루과이전의 결과로 승점을 따져봐야 했다.
하지만 벤투호는 불가능 같아 보였던 승리를 만들어냈고, 가나를 2-0으로 꺾은 우루과이와 승점(4점), 골 득실 차(+0)에서 동률을 이룬 끝에 다득점에서 4-2로 앞서 극적으로 조 2위를 확정했다.
포르투갈을 2-1로 이기며 16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 선수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전반 5분 히카르두 오르타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전반 27분 김영권(울산)이 동점골을 뽑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0-1로 끌려가던 전반 27분 김영권(울산)이 동점골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고, 후반 46분 한국이 16강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 주인공은 ‘황소’ 황희찬이었다.
손흥민이 하프라인 부근부터 공을 잡아 혼자 몰고 간 뒤 상대 수비 세 명에 둘러싸이자 재치 있게 수비수 가랑이 사이로 볼을 투입했고, 황희찬이 이어 받아 골 지역 오른쪽으로 쇄도하며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해 승부를 갈랐다.
득점 후 황희찬은 유니폼 상의를 벗어 던지며 환호했고, 선수들이 모두 뛰어와 기쁨을 나눴다.
기다리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투지를 불태운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윽고 선수들과 코치진 등은 그라운드에 둥그렇게 모여 아직 끝나지 않은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 결과를 기다렸다.
마침내 우루과이의 승리가 확정되자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이 떠나갈 듯한 환호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선수들은 일제히 한국 팬들이 앉아 있던 관중석 쪽으로 달려가 다이빙을 하며 세리머니를 펼쳤고, 서로 물을 끼얹으며 16강 진출을 자축했다. 관중석을 메운 팬들도, 얼싸안은 선수들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3일 새벽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3차전 한국과 포르투갈 경기 합동 응원에 나선 붉은 악마들이 한국의 16강 진출 성공에 환호하고 있다.
‘울보’ 손흥민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기쁨의 눈물이었다.
손흥민은 앞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모두 눈물을 쏟았다.
브라질에선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되자 분함과 미안함의 눈물을 흘렸고, 러시아에선 독일을 꺾고 벅찬 감정이 북받쳐 울었는데 결국 한국은 16강엔 오르지 못했다.
4년간 이를 갈고 카타르 월드컵에 나선 한국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건 이번이 역대 세 번째로, 2010년 남아공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벤투 감독은 직전 가나전에서 경기 종료 뒤 심판에게 항의하다 레드카드를 받아 벤치에 앉지 못한 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는데, 16강 진출을 확정하자 이날 대신 지휘봉을 잡은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한국 응원단들이 16강 진출에 환호하고 있다.
가나전에서 경기 종료 시점과 관련해 주심에게 항의하다 퇴장당한 벤투 감독은 벤치에 앉지 못하고 VIP석에서 조국 포르투갈과의 대결에 임했다. 한국 벤치는 세르자우 코스타 수석코치가 지켰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마요르카)을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선발 출전시켰다. 이강인은 앞선 두 경기에서는 모두 후반에 교체 투입됐다.
가나전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컵 본선 한 경기 멀티 골이라는 새역사를 쓴 조규성(전북)이 2경기 연속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공격 2선 좌우에 ‘에이스’ 손흥민(토트넘)과 이재성(마인츠)을 배치하고, 중앙에 이강인과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을 세웠다.
수비형 미드필더의 임무는 정우영(알사드)이 맡았다.
포백 수비라인에는 왼쪽부터 김진수(전북), 김영권, 권경원(감바 오사카), 김문환(전북)이 섰고 골키퍼 장갑은 세 경기 모두 김승규(알샤바브)가 꼈다.
1, 2차전에서 선발로 나섰던 김민재(나폴리)는 우루과이전에서 입은 오른쪽 종아리를 다친 여파로 결국 포르투갈전에서는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