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안 참여한 10여명 의원 참석…각종 김치 전시·김장 시연도
美의원 “김치의날 지정은 한국계 미국인의 공헌 강조한다는 의미”
“김치는 우리의 소울 푸드(soul food)입니다”
연방의회 의사당이 내려다보이는 연방의회 도서관이 6일 낮 김치 냄새로 뒤덮였다.
과거에 하원의원 전용 열람실로 사용됐던 2층 멤버스룸에서, 연방 의회에서는 처음으로, 김치의 날 축하 행사가 열린 것이다.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의 행사장 초입에는 맛김치, 총각김치, 열무김치, 포기김치 등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김치 제품이 놓였다.
그 옆으로는 배추, 고춧가루, 굵은 소금과 까나리액젓, 생강 등 김치를 담글 때 사용되는 재료들이 깔렸다.
한쪽에서는 즉석에서 겉절이김치를 담그는 시연도 진행됐다.
행사장 가운데 마련된 연단에서는 지난 7월 하원에 발의된 ‘김치의 날 제정 결의안’에 참여한 하원의원들의 ‘김치 찬사’와 ‘김치 데이(김치의 날)’ 제정 필요성에 대한 발언이 쏟아졌다.
김치 데이 행사 참석한 앤디 김 연방 하원 의원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미국 연방의회 아시아·태평양계 코커스 의장인 주디 추 의원(민주·캘리포니아)은 “김치의 날 지정은 전국적으로 확인되는 김치의 인기를 조명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한국계 미국인의 미국에 대한 공헌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버지니아, 메릴랜드, 뉴욕, 캘리포니아, 워싱턴DC 등 많은 주가 이미 김치의 날을 지정했으며 이제 미국이 따라갈 차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과 함께 맛있는 김치를 함께 먹길 기대한다”며 발언을 마쳤다.
앤디 김 하원의원(민주·뉴저지)은 “도서관 앞에서 직원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느냐’고 물었을 때 바로 김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면서 “그래서 ‘김치 냄새를 따라가면 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치는 우리나라와 공동체, 유산의 일부이며 이는 한국계 미국인뿐만 아니라 모든 미국인에게도 해당한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우리 문화를 고양하고 우리가 미국인으로 이 나라에 속해있다고 말하기 위해 여기에 모인 것”이라고 밝혔다.
테이블에는 김치전과 김치 스파게티, 김치만두, 갈비 등이 놓여 있었다.
한국계인 메릴린 스트리클런드 의원(민주·워싱턴)은 “어렸을 때 사람들이 집에 와서 한국 음식을 먹을 때 ‘이게 뭐냐’고 물었는데 이제 미국 내 모든 슈퍼마켓에서 김치를 찾을 수 있다”면서 ‘미국에서 김치의 진화’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김치의 날을 축하하는 것은 김치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한국계 미국인과 우리 문화, 역사, 우리 스스로에 대해서 큰 자긍심을 갖는 것을 평가하고 축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치의 날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캐롤린 멀로니 하원의원(민주·뉴욕)은 “김치가 한국의 삼국시대부터 시작된 유구한 역사를 가진 한국의 전통 음식이라는 것을 안다”면서 “고추장 등 다른 한국 요리와 함께 김치는 미국 내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김치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를 같이 주최한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 김민선 관장도 축사에서 “김치는 우리의 소울 푸드”라고 말했다.
행사장에는 브레드 셔먼(민주·캘리포니아), 그레이스 맹(민주·뉴욕), 영 김(공화·캘리포니아) 의원 등 10여 명의 하원의원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축사가 끝난 뒤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김치 요리를 즐겼다.
‘김치 데이’ 행사에서 캐롤린 멀로니 하원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방의회 도서관에서 6일 열린 ‘김치 데이’ 행사장에 미국에 수출되는 김치 제품이 전시돼 있다.
이번 행사는 연방 의회에서 ‘김치의 날’ 제정 필요성을 환기하고 미국 내 김치 판촉 등을 위해 마련됐다.
앞서 멀로니 의원은 지난 7월 ’11월 22일’을 연방 차원의 ‘김치의 날’로 지정하자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멀로니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하킴 제프리스 등 모두 12명의 의원이 결의안에 서명했다.
다만 결의안은 연말까지 처리가 안 되면 회기 종료에 따라 자동 폐기된다.
당내 경선에서 패배하면서 이번 의회로 임기가 끝나는 멀로니 의원은 제프리스 의원 등을 거론하면서 “결의안을 지지하는 강한 리더십 그룹이 있다”면서 “우리는 통과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산 전기차 차별 논란이 제기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방미 중인 윤관석(더불어민주당)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김한정(민주당), 최형두 의원(국민의힘) 등 국회 대표단도 참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