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끈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선수 시절인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했던 인터뷰가 재조명받고 있다.
지난 2002년 6월14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한국은 포르투갈을 상대로 1-0 승리를 거뒀다. 이 승리로 한국은 조 1위로 16강행을 확정했다.
벤투는 포르투갈 대표팀 선수로 경기를 뛰었다. 당시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90분을 소화했던 벤투는 결과에 낙담할 법했지만 경기 직후 혼자 남아 인터뷰에 응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리포터는 “벤투 선수를 격려하고 싶다. 혼자 남아 인터뷰에 응해줬다”며 “파울루, (포르투갈 축구 팀의) 꿈이 깨졌다”고 말했다.
이에 벤투는 “깨졌다. 끝났다”며 “시작도 안 좋았고 끝도 안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상황이 일어났고 경기 막판에 운은 없었지만, 9명으로도 기회는 있었다”며 “하지만 게임은 무너졌고 기회는 한국에게 찾아왔다”고 했다. 당시 포르투갈 선수가 레드카드를 받으면서 9명으로 줄어든 채 경기를 했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한국과 미국을 축하해주는 일”이라며 “전반적으로 우리보다 강한 팀이었다. 이제 유로2004를 준비하면 된다.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에 리포터는 “벤투, 고맙다. 고통에 빠진 우리에게 쉽지 않은 말”이라고 했다.
벤투 감독의 인터뷰 영상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16강 진출 실패 후 저런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인성이 대단하다”, “벤버지, 그동안 몰라 봬서 죄송했습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지난 4년간 한국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호흡해온 벤투 감독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한국 대표팀을 떠난다.
벤투 감독은 “이미 선수들과 대한축구협회 회장에게 내 결정을 말했다”며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향후 거취에 대해 선택할 예정이다.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것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또 “한국이라는 나라는 내 경력에 늘 연관이 돼 있었다. 이제 나의 사적인 인생, 기억에서도 한국은 항상 남아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정시내(jung.sin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