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역대 최고가를 찍었던 개솔린 가격이 1년 전보다 더 싸졌다.
인플레이션에 고심하던 조 바이든 행정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하락세가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평균 개솔린 가격은 갤런당 3.329달러로 1년 전 3.343달러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개솔린 가격은 지난 일주일간 0.141달러, 한 달간 0.475달러 각각 내려가는 등 뚜렷한 하향세에 접어든 모습이다.
올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로 급등하기 시작한 미국의 개솔린 가격은 지난 6월14일 사상 처음으로 갤런당 5달러(5.016달러)를 돌파하며 고공행진하다 여름 이후 비교적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큰 폭으로 떨어진 국제 유가가 개솔린 가격을 함께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는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 속에 지난 9월 말 이후 각각 20% 이상 하락해 배럴당 70달러대를 기록 중이다.
따라서 전략비축유까지 방출하며 개솔린 가격 안정에 몰두해온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최근 유가 하락에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에너지 기업들이 여전히 높은 유가를 토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횡재세 부과까지 검토했다.
특히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펼쳐온 연준으로서도 개솔린 가격 하락은 손꼽아 기다리던 뉴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솔린 가격 하락이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소비자들이 개스값에서 아낀 돈을 다른 곳에 지출해 해당 부문의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베스 앤 보비노 S&P글로벌 미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NYT에 “개솔린 가격 압력 완화로 다른 곳에서 지출할 돈이 더 많아졌다”며 “이는 단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통상 미국의 개솔린 가격은 12월에 떨어지고 1월 이후 다시 오르는 경향이 있지만, 새해에는 워낙 변수가 많아 가격 흐름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NYT는 진단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완화로 석유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유지로 유가가 상방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
서방이 최근 도입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도 유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 불확실하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인 타티아나 오를로바는 NYT에 “시장은 유럽연합(EU)의 가격 상한제 조치에 대응해 원유 생산을 줄이겠다는 러시아의 의지를 과소평가하고 있을지 모른다”며 향후 몇 주 동안 러시아산 원유 수출 감소로 유가가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