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워녹 상원의원이 올해 중간선거에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마지막 승부처였던 조지아주 결선투표에서 승리, 민주당이 연방상원을 확실하게 장악하는 데 일등공신이 된 것이다.
워녹 의원은 이로써 조지아는 물론, 워싱턴 정가에서 탄탄한 정치기반을 다졌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이번 선거를 통해 조지아에서 6년의 상원의원 임기를 모두 확보한 첫 흑인 출신 상원의원이 됐다. 연방상원에서도 현재 흑인의원은 3명에 불과하다.
이에 앞서 2020년 공화당 소속 조니 아이잭슨 의원이 건강 문제로 사임해 치른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도 결선투표 끝에 당선됐다. 조지아주 최초의 흑인 상원의원이 되는 순간이었다. 두 번의 선거를 모두 결선 투표 끝에 승리한 것도 진기록이다.
전문가들은 워녹의 승리를 지역 인구의 30%가 넘는 흑인 유권자를 포함한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 덕분으로 분석했다. 게다가 조지아에 민주당 성향이 강한 아시아계와 젊은 층이 대거 유입돼 인구지형이 달라진 영향도 컸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 인구유입이 많은 애틀랜타, 사바나, 어거스타 등 대도시에선 민주당 후보가, 기타 농촌지역에서는 공화당 후보가 선전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렇지만 그것으로는 설명이 2% 부족하다.
선거 유세에서 워녹 후보진영은 아시아계와 젊은 층을 적극 공략하는 선거캠페인을 펼쳤다. 반면, 워커측은 이들의 마음을 훔칠 이렇다할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유권자세가 팽팽한 상황에서는 숫자가 적더라도 캐스팅 보트가 가지는 영향력이 있다. 공화당은 이를 간과했고, 민주당은 틈새를 잘 파고 들었다.
또한 워녹은 11·8 중간선거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해 결선투표가 확정되자, 실망하지 않고 바로 1달간의 선거 연장전에 대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다시 애틀랜타를 방문, 워녹 후보를 위해 지지 유세를 펼쳤다.
이에 반해 워커는 기존 공화당 지지층에 의존하는 다소 안이한(?) 선거운동을 펼쳤다. 굳이 중용의 말을 인용한다면, 지극한 정성, 다시 말해 지성(至誠)이 워녹이 워커보다 앞섰다고 할 수 있다.
워녹의 당선으로 워싱턴 정가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민주당은 이번 조지아주 승리로 상원에서 51석을 확보, 확실한 과반을 굳혔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행정부는 내년 1월 출범하는 제118대 의회에서는 현재보다 더 안정적으로 상원의 지원을 받으며 집권 후반기 국정을 이끌 수 있게 됐다.
연방하원을 공화당에게 내주었으나, 상원 주도권을 확고히 한 것은 집권 하반기 국정 운영에 무시 못할 자산이 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도 남는 장사를 했다. 재선 도전에 탄력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령으로 세대교체론의 대상으로 지목됐던 그가 다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기에는 아직도 넘어야할 난관이 많다.
이런 가운데 워커 후보의 패배는 공화당에겐 뼈아프다. 대세론에 편승한 안이한 선거전략이 가져온 자업자득이다.
특히 2024년 대선출마를 공석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어쩌면 치명적일 수도 있다. 워커 후보를 발탁한 것은 바로 트럼프였기 때문이다.
실제 조지아와 펜실베니아 등 주요 경합지에서 트럼프 키즈들이 잇달아 고배를 마셨고, 미시간 등지의 주요 주지사 후보들도 낙선했다. 선거에서 패배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미 공화당 내에 쓴 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화당은 트럼프와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를 심각히 고심할 시간이다. 진통의 시간은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 이번 선거를 반면교사로 삼아 세대교체에 적극 나설 경우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민주당도 이번 승리에 안주하다가는 앞일을 낙관할 수 없다. 세상만사 새옹지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