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월드컵을 향한 한국 축구 대표팀의 여정이 엊그제 16강 브라질 전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비록 강호 브라질을 상대로 패하기는 했지만, 그전에 강호 포르투갈을 격파하고, 우루과이와는 대등한 경기를 펼쳐 16강에 진출한 한국 대표팀의 자랑스런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애틀랜타에서도 많은 한인들이 모여 열광적 응원을 펼쳤다. 필자의 사무실도 엊그제 회의실에서 TV를 켜놓고 경기를 보며 태극전사를 응원했다. 그때 공교롭게 사무실을 방문했던 백인 손님들이 축구에 열광하는 우리들을 신기한 눈으로 보던 것이 기억난다.
생각해보면 축구는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지만, 유독 미국에서만 인기가 떨어진다. 애틀랜타도 몇년 전부터 프로축구팀 ‘애틀랜타 유나이티드’가 인기를 끌지만, 팬들을 보면 남미와 아시안 등 이민자들이 많고 남부 백인 토박이들은 많지 않다.왜 미국에 사는 우리가 축구를 좋아할까? 사실 필자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첫째로 축구가 별다른 장비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민중의 스포츠”(the people’s sport)이기 때문일 것이다.이민자 매거진(Immigrant Magazine)의 공동발행인 찰스 안창(Charles Anchang)은 “축구는 언제 어디서나 어린이들도 참가할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이며, 나도 어렸을 때부터 타이어 고무 조각으로 축구공을 만들어서 놀았다”고 회상했다. 카메룬 출신인 안창은 “1994년 월드컵을 비롯해 카메룬은 8차례 본선에 진출했고, 월드컵은 카메룬을 전세계적으로 알린 계기가 됐다”며 “내게 있어서 월드컵은 전세계의 축구를 앉아서 볼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말했다.
이집트 출신 이민자로 현재 LA준프로팀 애너하임 볼츠(Anaheim Bolts)를 운영하는 이하브 젱가(Ehab Zenga)도 “9살때 맨발로 뛰어다니며 축구를 시작했고, 결국 아프리카 챔피언십에 진출했다”며 “가난한 나라 어린이들도 별다른 도구 없이 시작할수 있는 것이 축구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조지아주 라그란지 UMA FC에서 선수를 양성중인 조호운 코치도 “야구를 시작하려면 야구배트와 공이 필요하다. 그러나 축구는 아무데서나 시작할수 있다. 쓰레기 깡통이나 돌멩이 한개만으로도 골대를 만들어 축구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로 축구가 남녀노소가 즐길수 있는 “아름다운 게임”( the beautiful game)이기 때문일 것이다. 스페인어 신문 ‘라 오피니언’ (La Opiníon)의 전 편집장인 헨릭 리바인더(Henrik Rehbinder)는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66세인 그는 60세 이상 리그에서 90살 골키퍼, 85살 선수와 함께 뛰고 있다. 그는 “내가 축구팀에서 가장 나이먹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팀에서 젊은 축에 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셋째로, 축구는 이민자들의 스포츠이기도 하다. 라이베리아 출신 이민자로 올해 미국 대표팀 선수로 출전한 팀 웨아(Tim Weah)는 본선에서 1골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가 영국 최고의 축구팀인 첼시FC (Chelsea FC)에서 프로 선수로 뛰었고, 1995년 발롱도르(Ballon d’Or) 상을 수상했으며, 마침내 2019년 라이베리아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아들 웨아는 아버지가 한번도 못가본 월드컵에 진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축구는 적대국끼리도 교류할수 있는 국제외교의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한일전을 시작으로, 남북대결, 미국-이란 경기, 이란-이라크 경기 등 수많은 적대국들이 월드컵 예선과 본선에서 대결한다. 서로 전쟁을 벌이더라도 이때만은 양측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자리가 축구경기가 된다.
한국팀의 멋진 여정은 끝났지만 월드컵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올해 월드컵을 끝까지 지켜보고 4년후 한국과 미국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를 거둘수 있도록 우리 한인들의 관심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