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대마초 밀반입 혐의로 체포
UAE 아부다비 공항서 교환 이뤄져
지난 2월 러시아에서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됐다가 징역 9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미국의 여자프로농구(WNBA)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가 석방됐다고 8일 CNN 등이 전했다. ‘죽음의 상인’으로 불리는 러시아의 무기상 빅토르 부트와의 맞교환 방식이다.
이날 CNN은 그라이너의 석방 절차가 마무리됐으며, 현재 미국 관리들이 그를 보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CNN에 그라이너의 가족들도 그의 석방 소식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라이너는 WNBA 피닉스 머큐리 소속으로, 올림픽 금메달 2관왕의 스타 선수다. 그간 WNBA 오프시즌 중에는 러시아 팀에서 활동하던 그라이너는 올해 2월 러시아 입국 당시 액상 형태의 대마초를 밀반입하려 한 혐의로 모스크바 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그라이너의 변호인은 “치료 목적으로 처방받은 의료용 대마초 액상 카트리지를 잘못 가져온 것”이라고 호소했지만, 러시아 법원은 지난 8월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최대 형량인 징역 10년에 가까운 선고 결과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선고를 통해 러시아가 부당한 방법으로 민간인을 구금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고 반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지난 몇 달은 그라이너에겐 지옥과 같았다”며 “그가 마침내 집으로 돌아오고 있고, 곧 사랑하는 이들의 품에 안길 것이라는 사실이 기쁘다”고 말했다.
8일 브리트니 그리너의 아내 셰렐 그리너가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 해리스 부통령, 블링컨 국무장관에 동석한 가운데 브리트니 그리너와 통화를 하고 있다. 로이터.
그라이너의 석방은 전 세계 여러 분쟁지역의 무기 밀매에 관여한 것으로 악명 높은 러시아 무기상 빅토르 부트와의 교환 형식으로 이뤄졌다.
니컬러스 케이지가 주연을 맡은 영화 ‘로드 오브 워’(Lord of war)의 실제 주인공으로도 알려진 그는 지난 2008년 태국에서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태국 현지 경찰의 수사 끝에 체포돼 2010년 11월 미국으로 인도됐다. 부트는 수백만 달러 상당의 무기를 불법적으로 판매한 혐의로 2012년 미국에서 2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이날 러시아 외무부도 부트의 석방이 이뤄졌다며, 양측의 교환 작업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공항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악명 높은 범죄자 석방이 나쁜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라이너와 함께 교환 논의가 이뤄졌던 미국인 폴 휠런은 이번 교환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CNN은 전했다. 그는 미국 해병대원 출신의 기업 보안 책임자로 지난 2020년 스파이 혐의로 러시아에서 체포돼 징역 16년을 선고받았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