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첫 여성 재무장관인 재닛 옐런의 서명이 들어간 달러화 지폐가 8일 공개됐다.
달러화 지폐에는 신임 재무장관 서명이 들어가는데, 옐런 장관은 임명된 후 거의 2년을 기다려 이날 역사적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
로이터,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옐런 장관은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있는 재무부 연방인쇄국(BEP)에서 자신의 서명이 각각 담긴 1달러, 5달러 지폐를 공개했다.
옐런 장관은 기자들에게 “흥분되고, 영광스러우며, 황홀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들 지폐는 이달 내로 연방준비은행으로 전달될 예정이며, 내년 1월부터 쓰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된 지폐에는 재무부 첫 여성 원주민 출신 재무관인 마릴린 말러바의 서명도 담겼다.
미국 첫 여성 재무장관 서명 담긴 5달러 지폐 . 로이터=연합뉴스사진
옐런 장관은 작년 1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첫 여성 재무장관에 올랐지만 자신의 서명이 담긴 지폐 발행을 지금까지 기다려야 했다.
미 달러화 지폐 앞면에는 재무장관과 재무관의 서명이 나란히 담겨야 하는데, 그간 재무관 자리가 공석으로 있었기 때문이다.
재무관이 공석인 상황에서는 달러화에 신임 재무장관의 서명을 쓰지 않는 게 관행이다.
이런 이유로 바이든 행정부에서 발행한 지폐에도 옐런 장관의 서명 대신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재무장관인 스티븐 므누신의 서명이 계속 쓰였다.
말러바는 모히간 부족의 종신 족장으로, 재무부 재무관 자리에 아메리카 대륙 여성 원주민이 오른 것은 그가 처음이다.
포트워스 연방인쇄국은 매년 발행되는 미 달러화 중 절반을 찍어낸다.
옐런 장관은 인쇄국 직원들과 만나 “재무부와 경제계는 여성을 위한 더 큰 기회를 주는 데 성과를 거뒀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훨씬 많은 게 이뤄져야 한다는 걸 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과 포용으로 가는 길에서 오늘이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말러바 재무관은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지폐에 처음으로 여성 두명이 오른 것은 기념비적이다. 여러분과 우리는 모두 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지폐 공개에 앞서 담소를 나누면서 “서명을 연습하느라 공을 들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옐런 장관에 앞서 달러화에 서명을 담는 영광을 누린 므누신, 제이콥 루 전 장관 등은 평소 서명이 ‘악필’에 가까워 논란이 되자 글씨체를 교정한 바 있다.
각계에서도 축하와 지지가 잇따랐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이자 여성인 기타 고피나트는 “개인적으로 너무나 기쁘다”면서 “재닛 옐런은 모든 경제학자에게 영감이 된다. 그가 첫 여성 재무장관으로 달러화에 서명한 것은 나와 내 동료에게 큰 의미”라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앞서 첫 여성 연준 의장, 첫 여성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유리천장을 깨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