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의 중간선거가 지난 6일 상원의원 결선투표로 막을 내렸다. 한인들이 거주하는 메트로 애틀랜타에도 새로운 정치인들이 다수 선출됐는데, 그중 주목할만한 후보가 있으니 조지아주 하원 97지역구에서 당선된 루와 로만(Ruwa Romman) 당선자이다. 그는 조지아주 최초의 여성 무슬림 주의회 의원이자, 조지아주 최초로 공직에 선출된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이 됐다.
로만 당선자가 선출된 97 지역구는 피치트리 인더스트리얼 로드를 중심으로 노크로스와 존스크릭 일부를 포함하고 있어 한인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치는 곳이다. 과거 뉴트 깅리치 등 공화당 거물을 선출했던 이 지역구에서, 무슬림 출신 이민자인 로만이 공화당 후보를 상대로 15% 이상 표차로 승리한 것이다. ‘딥 사우스’인 조지아주 한복판에서 무슬림 의원이 당선된다는 것은 10년전만 해도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다.
로만의 선거팀은 이 지역 총 1만5000가구를 방문하고, 문자메시지 7만5000건을 발송했으며, 선거운동전화 9000통을 걸었다. 그는 한 백인 보수파 남성 유권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는 “여성의 권리 침해가 우려되어 공화당을 찍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당초 공화당이 우세할 것으로 예측했던 여론조사에 대해 로만 당선자는 “여론조사는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담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대로 공화당이 우세할 것이라고 내다본 여론조사와 정치전문가들의 예측을 뒤집고,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의외의 선전을 거뒀다.
로만은 전국단위 비영리단체 이머지(Emerge) 출신이다. 이 단체는 민주당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하려는 여성들을 모집하고 훈련시키는 단체다. 이 단체의 아샨티 골라(A’Shanti Gholar) 회장은 공화당이 선거에 승리할 것이라는 “붉은 쓰나미”(red tsunami)의 예상은 “찻잔 속의 태풍”(drop in the bucket)에 그쳤다고 평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승리 원인으로 젊은이, 유색인종, 그리고 LGBTQ 커뮤니티 등 “미국의 새로운 다수집단”(new American majority)을 꼽았다.
실제로 AP통신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유색인종 유권자에 있어 공화당을 확고하게 압도했다. 반면 공화당은 라티노와 아메리카 원주민으로부터 지지가 늘어났다. 민주당은 또한 젊은 유권자들에게 상당한 호감을 받았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직후 “민주주의에 있어 좋은 날”이라며 “기록적인 수준으로 투표해준 전국의 젊은이들에게 특별히 감사한다”고 말했다.
로만 당선자와 골라 회장은 공화당 승리를 예측한 다수의 여론조사가 전국 유권자들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당수 여론조사가 특정 정당의 자금으로 치러져 특정 후보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고 평했다. 골라 회장은 “여론조사는 돈으로 좌우된다는 이런 관행을 깨야 한다”며 “미국의 새로운 다수집단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인사회도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민주당 샘박 의원, 공화당 홍수정 의원을 배출하면서 한인의원 2명이 나오게 됐다. 10년전만 하더라도 생각할수도 없던 일이다. 낮선 남부의 땅 조지아주에서 아시아태평양계 의원 코커스(AAPI 코커스)가 만들어지고 12명 회원이 참석한 것도 유례없는 일이다. 이제 애틀랜타 한인들도 이민자나 손님이 아닌 새로운 다수집단(new American majority)이라는 자각을 갖고 정치력 신장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