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종료되는 듯한 12월에 독한 감기와 독감(flu)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얼마나 심한지 죽을만큼 힘들다는 얘기와 코로나 보다 더 힘들다는 엄살 섞인 하소연이 들려온다.
독감의 유행은 사실 예상됐던 상황이다.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철저하게 썼던 덕분에 그동안 독감이 유행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독감 바이러스들에 대해 면역력이 저하됐기 때문에 창궐은 예정됐던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감기의 경우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감기 바이러스를 잡을 수 있는 대책이 없기 때문이고 독감도 비슷하다. 독감 바이러스를 대비한 독감 백신도 그 해 유행할만한 바이러스를 미리 맞는 것에 불과해 만약 예상 밖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걸릴 경우 꼼짝없이 심하게 앓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시니어에게 감기나 독감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감기나 독감에 걸려도 타일레놀을 먹지 않는 강한 사람이 가끔 우리 주위에 있다. 먹으나 안 먹으나 감기가 낫는 것은 자신의 몸에 마련된 면역 및 치유력이 감당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소신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얘기는 조금 다르다.
차민영 내과 전문의는 상당히 간단 명료하게 조언한다.
“아프면 진통제를 먹어라.”
그의 설명은 이렇다. 어차피 자신의 치유력에 의존하지만 굳이 아플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진통제를 먹고 다 나은 줄 알고 쉬지 않으면 그것이 문제이지, 아프지 않고 지나갈 수 있는데 굳이 아플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그래서 명심할 사항은 우선,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 주치의에게 연락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감이라면 주치의 클리닉에서 간단한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하면 증상을 완화하고 질병이 악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코로나 양성 반응을 보이는 경우에도 코로나 항바이러스로 치료할 수 있다.
최근 전국은퇴협회가 감기나 독감에 대비하는 가정 상비물품, 특히 시니어들이 증상을 식별하고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물품을 소개했다.
▶체온계
감기 및 독감 시즌 필수품 목록의 첫 번째는 체온계다. 열이 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가정에 하나쯤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화씨 101도 이상의 체온은 ‘진짜 열’로 간주되며 주치의에게 전화해야 한다.
▶ 맥박 및 산소 측정기
체온계 만큼 유용한 도구는 혈중 산소 수치를 측정하는 맥박 산소 포화도 측정기(pulse oximeter)다. 독감과 코로나로 인해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는 사람은 호흡 곤란이나 숨가쁨을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호흡 문제나 상기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혈중 산소 수치’를 측정하고 주치의에게 알려야 한다.
맥박산소측정기는 대개 손가락에 부착하지만 일부 가정용 모델은 귀, 코, 이마에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다만 알아야 할 사항은 새 연구에 따르면, 피부 색소 침착이 어두운 경우 맥박 산소 측정기가 덜 정확할 수 있다.
▶코로나 검사 키트
너무나 친숙한 가정용품으로 자리잡은 코로나 테스트 키트는 이미 모든 가정이 비축하고 있을 정도다. 현재 감기, 독감, 코로나, 심지어 RSV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까지 겹쳐서 유행하는 바람에 진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간편 코로나 검사 키트를 집에 상비하고 있는 것이 특히 유용한다.
코로나 양성 여부를 아는 것은 질병의 치료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더 심각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50세 이상이거나 특정 질환이 있고 코로나 양성인 경우 주치의는 증상의 심각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한다. 양성은 격리 여부도 알려 준다.
▶진통제
감기, 독감 및 기타 계절성 질병은 두통과 근육통을 동반할 수 있으며 많은 경우 일반 진통제로 완화할 수 있다. 또한 일시적으로 열을 내리는 추가 이점도 있다. 이부프로펜(애드빌)과 나프록센(앨리브)을 포함하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가 위나 장에서 출혈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상품명)이 일반적으로 시니어에게 권장된다.
하지만 NSAID는 또한 신장을 손상시키고 혈압을 상승시킬 수 있으며 특히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특히 그렇다. 또한 궤양 병력이 있거나 혈액 희석제를 사용하고 있다면 피하는 게 좋다.
그러나 아세트아미노펜은 특히 간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위험이 없기 때문에 처방된다. 가장 좋은 옵션은 역시 주치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아세트아미노펜은 나이킬(NyQuil ), 데이킬(DayQuil)과 같이 감기 및 독감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판매되는 복합 의약품에 포함된 경우가 있으므로 의도하지 않은 이중 섭취를 방지하기 위해 라벨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너무 많이 복용하면 심각한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인후염 진정제
기침약은 목이 아프거나 심한 잔기침을 가라앉힐 수 있으므로 한두 봉지를 가지고 다니는 것은 나쁜 생각이 아니다. 대부분 설탕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특히 당뇨병 환자의 경우 무설탕 옵션을 사용하라. 너무 많이 섭취하면 복통을 유발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매우 안전하게 진정시킬 수 있다.
또한 부작용으로 삼키기 어렵게 만들 수 있으므로 ‘뒷목 진정’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 더 확실한 치료법은 뜨거운 차 한 잔이나 얼음처럼 차가운 물 한 잔이 따가운 목을 진정시킬 수 있다.
▶기침 진정제
많은 기침약에는 진정 효과와 낙상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디펜히드라민(diphenhydramine, 베나드릴)과 같이 시니어가 피해야 하는 성분이 포함될 수 있다. 디펜히드라민은 또한 치매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약을 선택할 때 특히 조심해야 하는 것이 ‘DM’ 라벨이 붙어 있는 약품으로 혈압을 변화시키고 호흡기를 억제할 수 있는 덱스트로메토르판(dextromethorphan)을 의미한다.
대신 점액을 유발하는 기침을 가늘고 깨끗하게 하는 구아이페네신(guaifenesin, Mucinex)이 선택된다. 세티리진(cetirizine, Zyrtec), 로라타딘(loratadine, Claritin)과 같은 일부 항히스타민제는 후비루로 인한 기침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다른 옵션보다 안전하다.
▶비강 스프레이
식염수 코스프레이는 감기로 인한 코 막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른 비처방 비강 스프레이(nasal spray)를 고려하고 있다면 혈압에 영향을 미치거나 다른 건강 상태를 악화시키지 않는지 먼저 약사와 상의할 것을 권장한다.
▶가습기
추운 날씨에는 미니 가습기가 있어야 한다. 일반적인 감기 바이러스로 인한 인후통과 기침을 완화할 수 있다.
장병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