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함께 학업을 중단했던 미국의 90세 할머니가 대학 입학 71년 만에 졸업장을 손에 들었다.
12일 시카고 언론과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화제의 주인공 조이스 드파우(90) 할머니는 전날 시카고 서부 교외의 노던일리노이대학(NIU)서 열린 2022 하반기 학위 수여식에 20대 동기들과 나란히 참석했다.
졸업가운을 입고 학사모를 쓴 채 휠체어에 앉아 있다가 걸어서 무대 위로 올라 졸업장을 받은 할머니는 “이 순간까지 71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만감이 교차한다. 감격스러울 뿐”이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대학 측은 드파우 할머니가 2022 졸업생 가운데 최고령이라고 밝혔다.
드파우 할머니는 NIU가 교사 양성기관이던 1951년,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대학에 입학했다.
전공을 초등교육에서 가정경제학으로 바꾸며 3년 반을 다닌 드파우 할머니는 1955년 교회에서 만난 “너무 멋진 청년”과 전격적으로 결혼하며 학교를 그만뒀다.
할머니는 세 자녀를 낳은 지 3년 만에 남편과 사별했고 재혼 후 여섯 명의 자녀를 더 낳아 육아와 집안일 부담으로 대학으로 돌아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학업을 마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은 늘 남아있었다고 할머니는 털어놓았다.
결국 양로원에 들어가서야 시간이 난 할머니는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고 “이제라도 대학 공부를 다시 하면 좋지 않겠냐”는 자녀들의 권유에 힘입어 2019년, 빛바랜 흑백 학생증을 들고 NIU를 찾아가 재등록했다.
대학입학 71년 만에 졸업장 받은 조이스 드파우(결혼 전 케인)의 1951년 학생증. 노던일리노이대학 배포 사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일리노이 중부 소도시 게네세오의 양로원에서 온라인으로 대학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막상 시작은 했는데 대학 공부가 만만치 않고 힘들어 때때로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었다”며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대학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소식을 알렸기 때문에 실망감을 안길 수 없어 수업을 열심히 들었고 그러다 보니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대학 측은 할머니가 사회심리·성인발달 등 10과목 30학점을 추가 이수하고 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학업을 마치는 것을 전제로 장학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교직원들은 “우리가 할머니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큰 영감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9명의 자녀 중 1명을 잃고 17명의 손주와 24명의 증손주를 둔 드파우 할머니의 졸업식에는 가족 20여 명이 찾아와 함께 축하했다.
할머니는 “중간에 멈춰야 했던 일들도 기회가 되면 꼭 다시 돌아가 견디고 해내라. 시작한 일을 마무리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며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어 “세상에는 배울 것이 너무 많고 인생은 너무나 흥미진진하다. 우리는 각자 다른 재능을 갖고 있고 지금 우리가 살아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러니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90세 할머니의 대학 졸업식에 참석한 가족들. 노던일리노이대학 배포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