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 FTX를 창업한 샘 뱅크먼-프리드(30)가 검찰의 형사기소에 이어 미국의 금융감독 당국들로부터 잇따라 소송을 당했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투자자들을 상대로 수년간의 사기 행각을 저지른 혐의로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소장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는 지난 2019년 5월부터 FTX 주식 투자자들로부터 18억달러를 조달했다. 이 중 11억달러는 미국 투자자 90여 명으로부터 모은 돈이다.
뱅크먼-프리드는 ‘FTX는 최고 수준의 정교하고 자동화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갖고 있어 여러분의 자산은 안전하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으나, 실제로는 처음부터 투자자들이 낸 돈을 계열사인 알라메다 리서치로 빼돌려 미공개 벤처 투자와 호화 부동산 구매, 거액의 정치 헌금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SEC는 소장에서 “그가 (FTX 본사 소재지인) 바하마의 호화 사무실과 아파트에 돈을 쓰고 수십억달러의 고객 자금을 투기적 벤처 투자에 매몰시키는 동안 뱅크먼-프리드의 ‘카드로 지은 집'(성공할 가망이 거의 없는 계획)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뱅크먼-프리드가 고객 돈을 알라메다 리서치를 위해 “사실상 신용한도가 무제한인 것처럼”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뱅크먼-프리드가 투자자들을 속인 것은 수년간의 계획된 사기 음모라고 SEC는 판단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도 성명을 내고 “뱅크먼-프리드는 속임수에 기반한 ‘카드로 만든 집’을 지어놓고, 투자자들에게는 ‘가상화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건물’이라고 속였다”고 말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이날 뉴욕 남부연방지법에 뱅크먼-프리드와 FTX, 알라메다 리서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파생상품을 감독하는 CFTC는 뱅크먼-프리드가 알라메다로부터 수억 달러를 빌려 부동산 구매와 정치 헌금 등에 사용해 연방 상품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SEC와 CFTC의 잇단 소송은 뱅크먼-프리드가 바하마에서 체포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지난 달 유동성 위기로 암호화폐 거래소가 파산을 선언할 때까지 FTX를 설립하고 이끌었던 뱅크먼-프리드가 2022년 12월 13일 바하마 나소에서 형사 기소된 후 체포되었다. 로이터.
뱅크먼-프리드의 체포는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의 형사 기소에 따른 조치다.
그는 13일 바하마에서 기소인정 여부 절차를 밟은 뒤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