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입주자 회의 도중 총기를 난사해 3명의 목숨을 앗아간 범인은 57세 남성 클라우디오 캄피티로 밝혀졌다.
경찰이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인 가운데 현지 언론에선 10년 전 스키 사고로 아들을 잃은 캄피티의 사연에 주목하고 있다.
캄피티의 외아들인 로마노는 2012년 방학을 맞아 가족과 함께 스키장을 찾았다가 활강하던 중 슬로프에서 벗어나 나무와 충돌해 뇌 손상으로 숨졌다.
캄피티는 강사들이 스키를 처음 타는 아들에게 짧은 강습 이후 가파른 코스로 안내했다고 주장하며 법적 다툼에 나섰다.
기나긴 법정 공방 속에 가족은 산산조각이 났다. 캄피티는 아내, 두 딸과 떨어진 채 별장용으로 쓸 예정이었던 이탈리아 중부 라치오주 리에티에 있는 건물에서 홀로 지냈다.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아들을 잃은 뒤 캄피티가 다른 가족과 찍은 사진은 한 장도 없었다”며 “캄피티는 10년간 칩거하며 유령처럼 지냈다”고 전했다.
캄피티는 이 기간 아들의 스키 사고와 관련해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집에 틀어박혀 지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정치인과 유명인사들에게 매일같이 탄원서를 보냈고, 아들 명의로 블로그를 개설해 진상 규명에 매달렸다.
그런데 엄밀하게 말해 온전한 집은 아니었다. 캄피티는 집이 완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들어가 살았다.
마감이 되지 않아 콘크리트 건물 뼈대가 그대로 드러난 그 공간에서 캄피티는 10년 넘게 지냈다.
잔금을 치르지 않아 퇴거 요청을 받았지만 거부했고, 물도 화장실도 없이 전기는 다른 곳에서 불법으로 끌어다 썼다.
누적된 울분과 폭력성을 해소할 곳을 찾던 캄피티는 사격 훈련장을 자주 드나들며 총기에 집착했다고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전했다.
집이 완공된 뒤 다른 입주자들이 들어왔고, 입주자들은 그들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캄피티에 대해 잦은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민원 탓에 총기 휴대 면허 신청이 거부당한 것이 캄피티가 로마의 한 카페에서 입주자 회의를 하던 이웃 주민들을 향해 총구를 겨눈 원인 중 하나일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캄피티는 사건 당일 한 사격장에서 총기를 탈취해 범행에 사용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 한 명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친구로 파악됐다.
캄피티는 당시 170발의 탄약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에서 다른 입주자가 캄피티를 제압해 총기를 빼앗았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대량살육으로 이어질 뻔했다고 현지 경찰은 밝혔다.
일간 ‘라스탐파’는 “캄피티의 비극이 또 다른 비극을 낳았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