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의 뒷 물이 앞 물을 밀어낸다’는 속담이 있다. 세대교체를 의미하는 대표적 글귀다.
무협소설에서는 흔히 클리셰(clishe: 상투적 줄거리)로 사용된다. 강호의 무림고수들이 빼어난 실력을 가진 기린아를 만났을 때, 그의 무위에 감탄하고 세월무상을 탄식한다.
워싱턴 정가에도 이 속담이 유행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올해 중간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새로운 스타들이 속속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서도 미국 정계의 이목은 역시 차기 대통령 후보들에 쏠리고 있다.
아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공식’ 출마 선언을 한 정치인은 없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확답을 내년 초로 미룬 상태다.
통상 일정을 고려하면 잠룡들이 내년초 잇달아 출마 선언을 하면서 대선 정국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까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최근 이 시나리오를 수정해야 하는 강력한 변수가 생겼다. 바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등장이다.
아닌 게 아니라 공화당 대선 후보 가상대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디샌티스 주지사에게 크게 밀린다는 여론 조사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최근 USA투데이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 지지자의 56%가 대선 후보로 디샌티스 주지사를 선호한 반면,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44세의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미 트럼프의 대항마로서 보수진영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는 확고한 보수주의자를 자임하며 한때 ‘리틀 트럼프’라 불렸던 인물이다.
민주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면, 여당은 그를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것이 관례다.
지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면서, 바이든의 마음도 재선 도전에 기울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나이가 큰 걸림돌이다. 백악관에서 80세를 맞은 대통령은 그가 처음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건강 이상설로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당내에서 일고 있는 세대 교체론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미국 권력 3위’이자 민주당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82)이 물러나고, 50대 흑인 하킴 제프리스 의원(52)이 만장일치로 신임 하원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30년이라는 한 세대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교체다.
이런 가운데 중간선거를 뜨겁게 달궜던 인물이 있다. 바로 피트 부티지지 연방 교통장관이다.
부티지지는 선거 기간동안 민주당 후보들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으며 누구보다 바쁘게 유세 현장을 누볐다.
그는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과 후보 경쟁을 한 바 있다. 올해 40살의 젊은 정치인으로, 미국 역사상 커밍아웃을 한 첫 내각 구성원이기도 하다.
디샌티스와 함께 ‘40대 기수론’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워싱턴 정가에 불고 있는 ‘세대 교체론’과 더없이 꼭 맞는 인물들이다. 시어도르 루즈벨트, 존 F 케네디, 빌 클린턴(42대), 버락 오바마- 떠올리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렇다고 무협소설이나 현실에서나 기성 세대가 후배들에게 흔쾌히 자리를 물려주지는 않는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열을 가리고 자신의 시대를 지키려는 혼신의 노력을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따라서 차기 대선이 바이든과 트럼프의 리턴매치가 될 지, 아니면 뉴페이스 간의 대결이 될 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신·구 대결이 될 경우 뒷 물이 앞 물을 밀어내는 것은 자연의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