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기 실험을 하나 해 볼까요?” 하고 손님이 말했다. 그분은 한국에서 목회를 하시다가 은퇴하고 초청을 받고 미국 다른 도시에 오셨다가 친척분이 사시는 우리 동네에 오신 손님이었다. 그날 저녁에 6쌍의 중년 부부들이 모여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오하이오 살던 오래 전 어느 가을 저녁이었다.
재미 있다는 기 실험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들 식탁에서 일어나 손님을 따라 넓은 거실로 따라갔다. 여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남자들도 어서 오라고 재촉했다.
사람들이 너른 거실에 모이자, 손님은 집 주인 여자분을 책상다리를 시켜 양탄자 위에 명상 자세로 앉히고, 그 여자분 옆에 서서 금반지를 검은 색 실에 매달아 오른손 끝에서 늘어트렸다. 반지는 여자분의 정수리에서 한 뼘 정도 위에 머물게 했다. 금반지가 허공중에 뜬 것 같이 선명했다. 그 반지가 여자분의 머리에서 나오는 기에 의해서 돌아갈 것이니 자세히 보라고 했다.
여자들이 호기심에 차서 두 사람 주위에 둘러앉고, 남자들은 둘러앉은 여자들 뒤에 서서 손님이 들고 선 금반지를 보고 있었다. 손님이 뻗은 오른팔, 그 끝에서 늘어트린 실, 실 끝에 달린 반지. 그 반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임은 차츰 원을 그리며 시계바늘이 움직이는 반대방향으로 돌기 시작했다. 까만 실은 보이지 않고 반짝이는 금반지만 원을 그리며 머리 위를 돌았다.
“어머 신기하네. 금반지가 허공에서 동그랗게 돌아요!” “마술 같아요.” “예수님이나 성모 마리아 그림에 머리 위로 보이는 후광 같아!” 그런 소리가 터졌다. 금반지는 여자의 머리위에서 아주 동그란 원을 그리며 계속 돌고 있었다.
반지가 도는 것은 기가 있기 때문이라 했다. 성현들과 천사들 머리 위에 그려 진 후광도 영험한 예술가들에게 보여 진 기의 표현이라고 했다. 사람마다 다 기가 있고, 여자의 기는 음기라 해서 시계바늘이 도는 반대방향으로, 남자의 기는 양기라 해서 시계바늘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했다.
“여보 자기가 앉아봐, 남자는 양기가 있어 꺼꾸로 돈다니까, 실험해보아야지. 목사님 이번엔 내가 반지를 들고 서 볼 게요.” 앉았던 여자가 남편을 앉히고 자신이 반지 달린 실을 잡고 남편의 머리위에 금반지를 들었다.
몇 초가 지나지 않아서 반지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지는 시계바늘과 같은 방향으로 돌기 시작하더니 아주 동그란 원을 만들며 돌았다. “정말 반지는 양기를 받아서 여자와 반대방향으로 도네.” “와 기가 왕성해서인지 큰 원을 그리며 도네. 기가 세서 그런 가봐.” 그런 소리들이 났다.
“제가 다른 실험을 해 볼까요!” 하고 나선 사람은 중년의 내과 의사였다. 도는 반지 밑에 앉았던 남자를 일어나라고 했다. 반지를 쥐고 선 여자분에게 수건으로 눈을 가린 후에 사람을 앉힐 테니, 앉은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반지를 돌리는 기로 알아보자고 했다.
반지를 들고 있을 여자분의 눈을 수건으로 가렸다. 곰인형을 사람자리에 앉히고 반지를 들고 선 여자의 팔을 조정하며 머리위에 반지가 있다고 했다. 반지가 움지기이기 시작하더니 시계바늘이 도는 반대방향으로 타원을 그리며 돌았다. 사람들의 표정은 다양했다. 킥킥 웃는 사람도 있었다. 곰인형이 암놈이라는 소리도 나왔다.
이번엔 잣대를 찬장 위에 고정시키고, 뻗쳐 나온 한 쪽 끝에다 반지 달린 실을 매고, 반지 밑에 기가 세다고 증명된 남자를 앉혔다. 몇 분이 지나도 반지는 미동도 않았다.
재미있던 실험분위기가 썰렁했다. 곰 인형 실험을 한 남자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여자분도 있었다. “반지가 머리위에서 돌아가는 것은 최면의 암시 효과 일종 아닐까?” “최면 감수성의 문제에도 연결되고?” “최면 감수성이 없거나, 아예 기 같은 것을 안 믿는 사람도 있을 거고.” 그런 말들이 몇 남자들 사이에서 들렸다.
기 실험을 시작한 손님은 몇 여자분들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내과의사의 기 실험으로 목사님은 실망하셨을까? 아니면 전에 해오던 재미 있는 기 실험이 예상밖으로 새로운 변수가 있다는 것을 발견해서, 다른 곳에 가서 기 실험할 때 다르게 하실 까? 그런 생각을 했지만, 직접 물어보지 못했다.
“최면은 과학이야. 많은 환자들 치유에 도움이 되듯, 선한 곳에 쓰이면 이 실험도 도움이 될 거야.” “신앙 속에 불확실 하지만 믿어서 행복한 삶을 주는 것들이 얼마나 많아!”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한다는 말씀, 그 말씀을 여기에서 어떻게 해석하지?” “새 실험은 목사님도 다음 기회에 기 실험을 할 땐 변수를 조정하실 수 있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소리들이 몇 남자들 사이에 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