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의 ‘팬데믹 호황’이 막을 내렸지만, 그 끝은 직전 부동산 위기였던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 내다봤다.
거의 금융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뻔했던 당시 위기를 거울삼아 모기지 시장을 개혁하고 대출 건전성을 높인 덕분에 2008년과 같은 위기가 그대로 반복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WSJ의 진단이다.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은행과 대출기관들은 모기지 신청자의 소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신청자에게 갚을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많은 근거 자료를 요구한다.
정치권에서도 2008년 이후 ‘도드-프랭크법’으로 불리는 금융개혁법을 통해 금융 리스크를 줄였고, 규제당국은 상환 능력이 부족한 채무자에게도 대출을 허용하는 파생상품들을 없앴다.
초반의 낮은 ‘미끼 금리’로 상환 여력이 별로 없는 채무자들을 유혹하던 변동금리 모기지 상품은 이제는 신용 평가가 우수한 채무자만 이용할 수 있는 보수적인 대출로 바뀌었고, 소득 증명을 요구하지 않았던 대출 상품들은 모두 사라졌다.
워싱턴DC의 싱크탱크 어번인스티튜트 주택금융정책센터 창립자 로리 굿먼은 WSJ에 “오늘날의 대출자는 예전보다 훨씬 양질”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고 다운페이먼트(대출이 아닌 현금으로 내는 일종의 계약금) 비율이 높아진 것도 금융시장의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20∼2021년에는 주택 매물을 둘러싼 수요자들 간 경쟁이 워낙 치열해 초기에 납부하는 현금 비율을 높여 집을 산 매수자들이 많았는데 이 덕분에 전체 집값에서 대출 비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생겼다는 것이다.
부동산 데이터회사 코어로직에 따르면 지난 2006∼2009년 사이 미국의 집값이 28% 급락해 1천100만 가구가 집값이 모기지 대출 원금보다 낮아지는 ‘언더워터 모기지’ 상태에 빠졌으나, 이번에는 집값이 40∼45% 폭락해야 같은 규모의 언더워터 모기지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모기지 소프트웨어·데이터·분석회사인 블랙나이트 조사 결과 지난 10월 현재 전체 주택담보대출자의 0.96%만이 집값보다 대출금이 더 높은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