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교사, 성탄 때마다 화려한 조명으로 마을 밝혀 ‘Mr.Christmas’
“선생님,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감사합니다.”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의 소도시인 저먼타운에 토요일인 지난 17일 때아닌 노란색 스쿨버스가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이들은 청소년이 아닌 희끗희끗한 머리의 중장년층 남녀였다.
이들은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거나 손으로 쓴 팻말을 든 채 마을 한복판에 있는 2층짜리 회색 주택 마당으로 모여들었다.
스쿨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 외에 비행기나 기차를 타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까지 합하면 이날 마당에는 100여명 이상이 집결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 집은 이들의 고교 시절 스승인 빈센트 깁스(82)가 사는 곳으로, 고등학생이던 제자들도 이제는 세월이 흘러 40∼60대의 중장년이 돼 수십년 만의 동문회를 열었다.
제자들이 한마음으로 모인 것은 노스승의 암 투병 소식이 계기가 됐다.
깁스는 매년 이맘때 자신의 집 앞마당에 사슴과 썰매 모형 등을 놓고 나무와 창문은 물론 지붕까지 알록달록한 조명으로 장식해 따스한 성탄 분위기를 연출하며 마을을 환하게 빛내 지역사회에선 ‘미스터 크리스마스’라고 불린다.
하지만 깁스가 피부암에 걸려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게 되면서 수십 년 간 크리스마스의 상징이던 그의 집이 올해는 텅 빈 채 남게 됐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제자들이 페이스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스승을 위한 깜짝 공연을 준비했다.
이들은 스승을 위해 창밖에서 ‘조용한 밤 거룩한 밤’, ‘위 위시 유 어 메리 크리스마스’ 같은 캐럴을 부르며 스승의 완치를 빌었다. 목사가 된 제자는 스승을 위해 기도를 하기도 했다.
매년 크리스마스를 밝히던 빈센트 깁스의 집. 소셜 미디어 캡처.
깁스는 지금은 폐교한 록빌의 한 고등학교에서 1960∼1984년 영어와 연극을 가르치면서 수천명의 제자를 만났고, 일부를 입양해 친자식처럼 보살피기도 했다고 한다.
이날 찾아온 제자들은 한결같이 그를 “스승다운 스승”이라고 기억하고, 특히 연극 수업에서 그의 가르침이 인생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돌아봤다.
멀리 덴버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데이비드 밀러는 WP에 “그냥 선생님을 보러 와야 할 것 같았다”면서 “스승께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깁스에게 마이크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정성껏 준비해 온 트로피를 전달하기도 했다.
10여 명은 한 줄로 나란히 선 채 손팻말에 ‘사랑하는 선생님’, ‘감동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을 순서대로 적어 머리 위로 들어 올리기도 했다.
깁스도 산타 모자를 쓴 채 2층 창문을 통해 제자들을 맞았다.
제자들의 깜짝 공연을 본 깁스는 “너무나 감격스럽다”면서 “이렇게 많이 찾아왔다니 믿을 수 없을 정도다.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년에 다시 만나자”면서 연극 교사 출신답게 영화 제목을 빗댄 농담으로 “내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지 않는다면”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암투병 노스승 위해 캐롤 부르는 제자들. WTOP 트위터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