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부터 코로나19 관련 각종 규제가 풀리면서 한인들, 특히 어르신들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오래간만에 가족친지 친구들과 가을 단풍여행과 연말 송년회를 가지면서 다니면서 서로 안부를 확인하는 사례가 많다. 많은 어르신들은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감옥살이 아닌 감옥살이”를 했다고 털어놓으셨다.
실제로 노인들은 최근 3년간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집단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에 따르면 50세 이상 장년층이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할 확률은 18-29세 젊은이에 비해 50배나 높았다. 특히 85세 이상 노인의 사망 확률은 85배가 높았다. 카이저 패밀리 재단(Kaiser Family Foundation)에 따르면, 미국내 코로나 사망자 110만명 가운데 79만명이 65세 이상 노인들이다. 65세 이상 노인은 미국 전체 인구의 16%지만, 코로나 사망자의 75%를 차지한다. 오래간만에 만난 어르신들이 ‘코로나 서바이버’라고 서로에게 농담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어르신들에게 끼친 정신적 상처는 종종 무시당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노인 장애자 액션(Senior and Disability Action)의 제시카 리만(Jessica Lehman)은 대다수 언론들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노인들을 배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언론들은 팬데믹 초기 “코로나19 사망자가 너싱홈에 집중되고 있으며, 젊은이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이에 대해 리만 사무총장은 “이런 식의 언론보도는 어르신들은 우리 사회의 일부가 아니라는 식으로 들렸다. 어르신들을 무시하고 죽어도 된다는 식의 인상을 주었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규제가 어느정도 풀린 상황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언론들은 이제 백신 접종을 받은 일반인들은 마스크 착용없이 실내에서 모임을 갖고 여행을 다니고 외식을 해도 된다고 보도한다. 그러나 ‘위험성이 있는’(high-risk conditions) 사람은 언제나 예외라고 단서를 붙인다. 이에 대해 리만 사무총장은 “이런 식의 보도가 다른 사람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어르신들만 마스크를 하며 소외된 느낌을 준다”며 “나이들었다는 사실이 반드시 장애나 병과 연관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든 사람은 젊은 사람을 위해서 희생해야 한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캘리포니아 재활부(Department of Rehabilitation, DOR)의 안나 액턴 부국장(Ana Acton)도 팬데믹 기간 동안 어르신들이 소외되고 고독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팬데믹 기간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원격 미팅, 백신과 코로나19 검사의 원격 예약, 의약품 처방, 심지어 무료 음식 배포 등이 온라인으로 시행됐지만, 노인들은 컴퓨터와 온라인에 서툴러 이런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어르신들이 혜택도 못받고 집안에 머무르면서 더욱 고독해졌다는 것이다.
무시당한 것은 어르신 뿐만 아니라 집에서 어르신들을 돌보는 가족들(family caregivers)도 마찬가지다.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USC) 가족 돌보미 지원센터(California Family Caregiver Support Center)의 도나 벤튼 박사(Dr. Donna Benton)는 “병원과 너싱홈에서 노인들을 돌보는 의사, 간호사, 도우미들은 필수 종사자(essential workers)라고 불렸다”며 “하지만 미국내 노인의 80%는 집안에서 가족의 돌봄을 받는다. 노인을 돌보는 가족들이 적절한 존중 및 정보제공을 받았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어르신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 속에서도 살아남으셨다. 그런 만큼 그동안의 고독을 떨치고 일상생활에 복귀하기를 원하신다. 필자는 최근 성당에서 어르신들의 단풍놀이 여행 예약을 도우면서, 어르신들이 모처럼의 바깥 나들이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동안 고독을 견뎌온 어르신들을 제대로 모시는 것이 우리 한인사회의 새로운 할 일이다.